"거래처와 저녁 먹은 것도 근로시간 인정되나요?"

['주52시간' 근로시대 ④] 친목 도모면 근로시간 인정 안돼…업무 협의면 지시 또는 승인 있을 때 인정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6.13 05:00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종업원 300인 이상의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과장 A씨. 어느 날 거래처 부장 B씨가 "같이 저녁이나 먹자"며 전화를 걸어왔다. 거래 계약 때문인 것 같아 그냥 전화로 얘기하자고 했지만, 만나서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어서 그런다며 막무가내였다. 결국 A씨는 오후 6시에 퇴근한 뒤 상사에게 따로 보고하지 않고 B씨를 만나 삼겹살 집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 주로 일 이야기가 오갔는데, 밥은 어찌나 천천히 먹는지 헤어질 때 시계를 보니 밤 11시가 넘어있었다.

A씨의 이날 저녁 식사는 근로시간에 해당할까? 퇴근 이후 헤어질 때까지 5시간을 추가로 일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다.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으면 회사 대표가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퇴근 이후 거래처와의 저녁 식사도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근로시간’은 명확히 법에 정의돼 있지는 않지만 그동안 판례를 통해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근로계약 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으로 해석돼 왔다.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있었는지를 판단하려면 비용은 누가 계산했는지, 참여가 강제되거나 불참시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지 여부 등을 따져 봐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11일 공개한 '노동시간 단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업무 수행과 관련이 있는 협력사 등의 제3자를 근로시간 외에 접대하는 경우 이에 대해 사용자의 지시 또는 최소한 승인이 있는 경우에 한해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A씨의 경우는 어떨까? 상당수 변호사들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봤다. 박대영 변호사는 “단순히 퇴근 후 거래처 사람과 만나 저녁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 시간으로 인정받기는 힘들 것”이라며 “회사에서 시킨 것이 아니라면 근로자가 퇴근 후 자발적으로 거래처 사람을 만나 저녁을 먹은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필우 변호사(입법발전소) 역시 “단순히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자리라면 근로시간이 아니지만 업무 협의면 근로시간에 포함될 수 있다”면서 “업무 이야기를 했다는 이유로 사후에 인정을 받으려고 해도 증빙 자료 제출이 어려운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저녁 접대에 대한 자료 증빙의 경우 회사마다 각각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영수증과 명함을 제출토록 하는 등의 방식이다.

만약 외부인이 아니라 회사 내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면 어떨까? 박 변호사는 "단순히 저녁에 부원들끼리 친목도모를 위해 저녁을 함께 먹는 경우는 일을 한 것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면서 "그렇지만 해당 부서 전원이 참석해야 하는 회식 자리라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참여가 강제됐고, 직장 상사가 비용을 결제했으며 부서 업무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시간 이뤄졌다면 더욱 그렇다는 설명이다.

고용부는 '노동시간 단축 가이드라인'에서 회식은 업무와는 관련 없이 사업장 내 구성원의 사기 진작, 조직의 결속 및 친목 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임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참석을 강제하는 언행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요소만으로는 회식을 근로계약 상의 노무제공으로 보진 않는다고도 했다.

대개 1박 2일로 떠나는 회사의 워크샵도 문제다. 대개 워크샵에는 친목 도모와 업무 개선 등의 목적이 섞여 있다는 점에서다. 이 변호사는 “기본적으로는 회사 워크샵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만 친목을 다지기 위해 직원들끼리 가는 경우는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만약 워크샵이 업무 관련된 프로그램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이 경우 회사 입장에선 직원들이 워크샵에 참여한 시간 만큼 근로시간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이밖에 직원들을 등산 또는 체육대회에 참석시키거나 합창 등 장기자랑 연습에 투입하는 것 역시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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