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살롱] 변호사 배지, 꼭 달아야 할까?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6.11 05:00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드루킹 댓글사건 특별검사 후보 추천 결과 발표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변호사 배지를 착용해주세요."

지난달 31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소속된 모든 변호사들은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변호사 배지를 착용해달라’는 제목이었는데요. 사진에서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이 가슴에 달고 있는 바로 저 배지입니다.

서울변회가 이같은 메일을 보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메일에는 “배지는 법정 등 외부에서 변호사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역할을 한다“며 “반드시 착용해주시기 바란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배지를 다는 것에 대해 “법원 등에서의 업무편의와 변호사로서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변호사 배지를 달고 다니면 법원을 드나들 때 편한 게 사실입니다. 배지를 달고 있으면 변호사임이 증명되기 때문에 법원에 들어갈 때 검색 절차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변호사들의 경우 가방에 대한 검색을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 검색대조차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약간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되는 셈이죠.



/사진=대한변호사협회기및변호사배지등에관한 규정

그럼 서울 지역 변호사들은 메일을 받은 뒤 모두 배지를 달고 다닐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법정에서 만난 변호사들 중에는 가슴에 아무런 배지를 달고 있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변호사들이 메일을 받고도 배지를 달고 다니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변호사 배지를 착용하지 않는 서초동의 A변호사는 "소속 회에서 메일이 와서 달아볼까 생각을 했지만 주변에서도 별로 달지 않는 것 같아서 그만뒀다"고 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귀찮아서"라고 답했습니다. 변호사 배지를 달았다가 뺐다가 하는 일련의 과정이 귀찮다는 겁니다. 사실 변호사 배지가 ‘신분증’의 역할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각 변호사들이 하나씩만 구입하는 것도 아닌데다 분실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분실 후 다시 구입하는 게 귀찮다는 대답도 있었습니다.

꽂는 배지의 경우 옷이 상할 우려도 있습니다. 자석으로 된 배지가 나와 옷을 상하게 될 걱정은 줄었지만, 자석의 강도가 약해 어느새 사라져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여성 변호사들의 경우 옷에 달 곳이 마땅치 않아 달지 못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변호사가 드물었던 과거에는 배지를 마치 훈장처럼 여겨 가슴에 달고 다니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서울의 지방법원 근처에 개업한 B변호사 역시 “배지를 의무적으로 달아야만 하는 것도 아닌데다 변호사는 직업일 뿐인데 특별히 널리 자랑하고 다닐 것도 아니어서 달지 않기로 했다”며 “기수가 높은 변호사들은 예전 이를 자랑스럽게 여겨 많이 달고 다녔다고 하는데, 요새는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고 했습니다. 


물론 항상 배지를 차고 다니는 변호사들도 많습니다. C변호사의 경우 “재판을 할 때 조금 더 당당하게 임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배지는 꼭 달고 다닌다”면서 “의뢰인들도 더 좋게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방의 D 변호사 역시 “우리 지역은 모두 배지를 달고 다니는 분위기”라며 “지역마다 편차가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사실 배지를 단다고 해서 변호사인 것도 아니고, 달지 않았다고 해서 변호사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변호사에게 진짜 중요한 건 배지가 아니라 의뢰인을 위한 충실한 변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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