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맞는데 '전문'이라고 말 못하는 변호사들

[the L 리포트] 3년내 30건 이상 수임, 14시간 이상 교육 채워야 '전문 변호사'…"법조 경력 3년 이상 요건 완화해야"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6.12 05:00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 이혼, 상속 등 가사 분야를 주로 다뤄온 10년차 변호사 A씨는 최근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견책' 징계를 받았다. 전문분야 등록을 하지 않고 인터넷 홈페이지 소개란에 '이혼·상속 전문'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이유였다. 이혼·상속 사건을 누구보다 많이 다뤄오며 전문성을 쌓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변협은 전문분야 등록을 하지 않고 '전문'이라고 광고하면 '전문분야 등록규정 및 광고규정 위반'이라고 했다. 


10일 변협에 따르면 지난해 변호사 징계건수는 총 207건으로, 이 가운데 가장 많은 78건(37.7%)이 '광고규정 위반'이었다. 이 중 상당수가 전문분야 등록 없이 '전문'이라는 표현을 쓴 경우였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수로 '전문'이라는 단어를 쓴 경우엔 대개 '견책'에 그치지만, 위반 정도에 따라 약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기도 한다. 


변호사업무광고규정 등에 따르면 변호사는 아무리 특정 분야에 전문성이 있어도 변협에 전문분야 등록을 하지 않으면 '전문'이란 용어를 사용해 광고할 수 없다. 


전문분야 등록을 신청하려면 법조 경력이 3년 이상이어야 하고, 14시간 이상의 전문분야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또 신청일 기준 3년 이내에 30건 이상의 관련 사건을 수임했어야 한다. 자문은 3건당 사건 수임 1건으로 인정된다. 


변협이 전문분야 등록제도를 시행된 2010년 이후 현재까지 변호사가 전문분야로 등록된 건수는 4월말 기준으로 총 1815건이다. 중복 등록도 있음을 고려할 때 국내 2만여명의 변호사 가운데 전문분야 등록을 한 경우는 10% 미만의 소수에 불과한 셈이다. 


그러다보니 전문분야 등록을 하지 않은 대다수 변호사들이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별다른 생각없이 '전문'이란 표현을 썼다가 징계를 받는 사례가 끊이질 않는다. 최근에는 김현 변협 협회장이 소속된 법무법인 세창의 변호사가 이런 이유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변협 관계자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 때 실수로 법인 소속 변호사들의 전문 분야 표시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지만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문'이란 용어를 써서 광고하는 변호사도 있다. 변호사 수 급증으로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영업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특정 분야에 전문이라고 홍보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일각에선 편법도 동원된다. 징계 대상이 되는 '전문' 대신 '전담'이나 '주요 분야'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현행 규정상으론 문제가 없다. 이런 제도상 허점에 대해 변협 관계자는 "협회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어 개선 방안 등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전문분야 등록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는다. 특히 '법조 경력 3년 이상'이라는 요건이 젊은 변호사들에게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특정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뒤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된 경우 법조 경력 3년 이전에도 이미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강정규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는 "전문이 아닌 사람들은 전문을 표방하고, 오히려 전문가들은 규정 때문에 전문을 표방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전문분야 등록제도는 일정 요건을 갖추면 젊은 변호사들이 스스로를 전문가로 홍보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시작됐는데, 요건이 엄격해지면서 제도가 변질됐다”며 “변호사 자체가 법률 전문가인 만큼 완벽하게 허위사실인 게 아니라면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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