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의혹' 대안은 국민참여재판?…10년째 제자리

도입 후 10년간 대상사건 중 1.6%만 실시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8.06.14 04:00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뒤 재판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국민참여재판 확대가 거론된다.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이 시행 10년째가 되도록 제자리 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참여재판이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 강화와 재판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지난 2008년부터 국민이 배심원으로 형사재판에 참여하도록 한 제도다. 배심원은 법정 공방을 지켜본 후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평결을 내리고 적정한 형을 토의하면 재판부가 이를 참고하여 판결을 선고한다. 합의부 관할 사건이 대상이다.

11일 대법원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제도가 도입된 2008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10년간 이뤄진 국민참여재판은 총 2267건으로,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이었던 14만3807건 가운데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 범위가 전체 합의사건으로 확대돼 대상사건의 범위가 크게 늘어났지만 정작 국민참여재판 접수 및 실시건수는 연간 300건 안팎에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다.

지난 10년간 피고인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경우는 총 5701건이었다. 전체 신청건 가운데 약 40%에 대해서만 실제 국민참여재판이 이뤄진 셈이다. 신청건수 중 1075건(19.1%)은 재판부가 배제 결정을 내렸다. 대부분 '국민참여재판의 진행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나머지 2277건(40.5%)은 피고인이 스스로 신청을 철회한 경우였다.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위원장 이홍훈)' 전문위원들은 이달초 작성한 '국민참여재판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서 △신청주의 제도의 한계와 △국민들의 절대적 인식 부족을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안착이 늦어지는 이유로 꼽았다.

전문위원들은 보고서에서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열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해야 한다는 점이 제도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행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상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의 신청이 있어야 시작된다. 참여재판을 신청하더라도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리기 전까지 피고인이 의사를 번복하거나 법원이 배제 결정을 할 경우 참여재판이 열리지 않는다.

전문위원들은 "제도적으로 일부 강제주의적 요소를 도입하지 않는 한 참여재판의 안정적인 정착은 한계가 있고 답보 상태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위원들은 '고의의 범죄행위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범죄' 등 의무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열어야 하는 사건의 범위를 설정하거나 신청주의를 아예 폐지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독일·프랑스 등은 일정 이상의 징역형이 예상되는 범죄 사건에 대해 원칙적으로 배심·참심재판을 실시하고, 예외적으로 포기와 법원의 배제 결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전문위원들은 '배심원 평결 존중의 원칙'을 법률에 명시해 배심원들의 판단에 실질적 기속력을 부여하는 방안도 참여재판 활성화를 위해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행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의 유·무죄의 평결과 양형에 관한 의견은 법원에 '참고사항'일 뿐 구속력이 없다.

한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해 제도개선특별위원회에서 '사법행정 개혁 방향에 관한 보고'를 통해 사법정책 수립에 국민과 법관들 의사 반영이 필요하다며 민사배심제 도입 방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