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前대표 구속영장 재차 기각…"범죄혐의 다툴 여지"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8.06.11 23:51
'노조와해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8.6.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노조와해 공작인 이른바 '그린화' 작업을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61)에 대한 구속영장이 다시 한번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표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일부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형사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범죄 사실의 많은 부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피의자가 최근 삼성전자서비스의 조직적 증거인멸 행위에 가담했다고 볼 수 없다"며 "증거 인멸의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힘든 점 등을 종합할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31일 증거인멸 가능성 및 도주 우려가 낮고, 일부 피의사실에 대해서는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는 박 전 대표가 회사자금을 불법적으로 지출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용역수수료 비용을 지급한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꾸며 10여억원 상당을 수취한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은 박 전 대표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 중심으로 노조가 설립됐던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삼성전자서비스의 대표이사를 지내며 노조와해 공작인 '그린화'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노조활동=실업'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4곳의 협력사에 '기획 폐업'을 실시하고, 그 대가로 폐업에 협조한 협력사 사장에게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불법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박 전 대표가 지난 2014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 고(故) 염호석씨가 노조탄압 등에 항의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자 회사 자금 수억원을 유족에게 불법으로 건네 노동조합장 대신 가족장을 치르도록 회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날 박 부장판사는 박 전 대표와 함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브로커 이모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함께 기각했다.

검찰은 염씨 장례 과정에서 삼성의 노조탄압 정황을 감추기 위해 유족 대신 이씨가 경찰에 신고한 뒤 대가로 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봤다. 이에 검찰은 이씨가 장례 진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지회장의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부장판사는 그러나 "피의자가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점, 영장청구 범죄사실은 피의자의 위증 범행이고 노동조합법 위반 등 범행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후자의 수사를 위한 사유를 본건 구속사유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점,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힘든 점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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