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안 판사 "대법원장, 사법농단 연루자 고발해야"

"사법농단 고발을 두고 '재판독립' 운운하는 것은 스스로 법관 관료화에 찌든 것" 비판도

황국상 기자 2018.06.13 14:37
대법원 청사 / 사진제공=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로부터 뒷조사를 당한 현직 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사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을 고발하라고 촉구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차성안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41·사법연수원 35기, 판사)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대법원장님께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대법원장께서 통상적인 법관 징계나 비위 사안처럼 법대로 적절한 주체를 찾아 그 주체를 통해 통상 절차에 따라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위원은 이 글을 김명수 대법원장과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등에게도 메일로 보내겠다고 했다. 

지난 5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관계자 PC에 저장돼 있던 문건 98건을 공개한 후 전국 각급 법원은 잇따라 판사회의를 열고 사법농단 의혹의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사법농단에 관여된 이들에 대해 고발 등 조치를 해야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 현 사법부 수뇌부가 과거 사법농단 관련자들을 고발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차 위원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로부터 직접적인 사찰 피해를 당한 당사자였다.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문건 중에는 당시 차 위원의 채무관계 등 재산사항과 차 위원의 활발한 언론기고 활동 등 세부적 사항을 사찰한 내용들이 담긴 문건도 있었다.

차 위원은 "근본적으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이 형사소송법상 고발 의무와 법관 윤리, 징계 관련 규정과 관행에 따라 고발 의무를 지는 경우 이를 행사하는 것은 오히려 정당한 사법행정권 행사"라며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이 (현 사태에 대해) 고발하거나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법관의 독립,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것이라는 것은 '나 또는 내 동료 판사는 소신이 없어서 대법원장의 고발시 재판할 때 눈치를 안볼 수 없다. 그러니 재판침해다'라는 류의 심각한 법관 관료화의 부끄러운 자기고백"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십수년 간 진행돼 온 법관 관료화로, 심지어는 '재판을 장래에 맡을 동료 판사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 논리, '영장 기각이나 무죄 판결과 관련해 압박을 느끼게 하면 안되고 재판을 맡을 동료 판사를 보호해 줘야 한다'는 논리가 공식 토론장에서 서슴없이 나오는 데 서글픔을 느낀다"며 "사석에서나, 술자리에서나 할 얘기를 공론의 장에서 풀어내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차 위원은 "스스로 그런 감정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외람되지만 그런 판사님은 앞으로 판사를 계속할 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주셔야 한다"며 "그런 압박을 느낀다면 법관 관료화에 찌든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스스로를 고쳐야지 법령에 반해 고발 의무의 불이행을 대법원장 등에게 요구해선 안된다"고 했다.

이어 김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어떤 국민도 법에 따라야 하고 이는 판사 또한 마찬가지"라며 "대법원장도, 행정처장도, 윤리감사관은 사법행정권을 행사하는 공무원이다. 법에 따른 고발절차를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거부하신다면 저는 정면비판이든, 사퇴요구든, 직무유기든 적절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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