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일반

[친절한 판례氏] "나도 적자인데 왜 과징금 안 깎아주나요?"

대법 "최근 시점 상황까지 종합 고려해야"

황국상 기자 2018.06.19 05:05
/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공정거래법은 담합에 가담한 기업에 과징금을 매길 수 있는 재량권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부여했다. 이 재량권의 범위는 상당히 넓어서 담합에 참여한 기업이라도 일정 기간 적자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등 사정이 있을 때 공정위는 과징금을 일부 깎아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재량권도 한계를 넘을 경우 법원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 다른 기업에는 과징금을 깎아줬으면서 특정 기업에만 일부 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과징금을 줄여주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례(2015년 5월28일 선고, 2015두36256)를 소개한다. 

GS건설은 2009년 인천도시철도 공사구간 입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다른 22개 건설사와 서로 들러리를 서주는 방식으로 담합을 진행했다. 공정위가 이를 적발해 2014년 2월 각 건설사에 과징금을 매겼는데 GS건설에 매겨진 과징금이 120억4000만원에 달했다.

그런데 공정위의 과징금 고시에는 재무제표 심의일 기준으로 앞선 3개년도 당기순이익의 평균치가 적자일 때 과징금 감액을 고려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다. 실제 과징금을 납부할 능력이 되는지 여부를 감안하겠다는 규정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당시 GS건설과 담합에 함께 참여했던 8개사에 대해 과징금을 50~70%나 깎아줬다. 그러나 GS건설은 이 요건에 해당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과징금 전액을 내라는 명령을 받았다.

문제는 2014년이 GS건설의 '어닝쇼크'가 기정사실화되던 때였다는 점이다. 공정위의 처분이 내려진 때는 2014년 2월 하순이었다. GS건설의 2013년 사업연도 회계결산이 끝나지 않을 때여서 전년도 당기순손실이 9200억원에 달했지만 공정위 처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GS건설은 2010~2012년 사업연도 실적이 아니라 2011~2013년도 실적을 근거로 하면 큰 폭의 당기순손실이 인정돼 과징금을 감경받을 수 있는데도 공정위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GS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가 담합 여부를 심의하고 제재 의결을 내리던 2013년말부터 2014년 초까지 GS건설의 대규모 손실이 예정된 상황에서 단지 '날짜'를 이유로 최근의 악화된 경영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는 지적이었다. 원심은 공정위의 조치가 "비례·평등의 원칙에 위배돼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GS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원심이 고시규정에 따른 2010~2012년의 재정상태만 고려하지 않고 2013년 재정상태까지 같이 고려한 것이 옳다"며 원심의 판단이 옳았다고 판결했다.

공정위는 상고심에 이르러서야 '위반 사업자의 과징금 부담능력은 당기순이익 뿐 아니라 자산, 자본, 부채 및 이익잉여금 규모 등 전체적 재정상태를 종합해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심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될 때는 이같은 주장을 펼치지 않았고 단순하게 "GS건설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정당했다"고만 주장했던 것이다. 공정위는 GS건설의 실제 과징금 부담능력을 증명할 이익잉여금 관련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대해 "당기순이익만 주요 고려 사항으로 삼은 것은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다"면서도 "공정위가 원심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상고 이유와 같은 주장을 하지 않음에 따라 원심이 당기순이익만 중심으로 GS건설의 현실적 부담능력에 관해 판단한 것은 변론주의의 원칙상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관련규정
행정소송법
제27조(재량처분의 취소)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그 남용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① 사업자는 계약ㆍ협정ㆍ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이하 "부당한 공동행위"라 한다)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
1. 가격을 결정ㆍ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2. 상품 또는 용역의 거래조건이나, 그 대금 또는 대가의 지급조건을 정하는 행위
3. 상품의 생산ㆍ출고ㆍ수송 또는 거래의 제한이나 용역의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
4.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을 제한하는 행위
5. 생산 또는 용역의 거래를 위한 설비의 신설 또는 증설이나 장비의 도입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는 행위
6. 상품 또는 용역의 생산ㆍ거래 시에 그 상품 또는 용역의 종류ㆍ규격을 제한하는 행위
7. 영업의 주요부문을 공동으로 수행ㆍ관리하거나 수행ㆍ관리하기 위한 회사등을 설립하는 행위
8. 입찰 또는 경매에 있어 낙찰자, 경락자(경락자), 투찰(투찰)가격, 낙찰가격 또는 경락가격,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결정하는 행위
9. 제1호부터 제8호까지 외의 행위로서 다른 사업자(그 행위를 한 사업자를 포함한다)의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2조(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는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는 당해 사업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에 100분의 10을 곱한 금액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매출액이 없는 경우등에는 20억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55조의3(과징금 부과)
① 공정거래위원회는 제6조, 제17조, 제22조, 제24조의2, 제28조 또는 제31조의2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1.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2.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횟수
3.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등
②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법의 규정을 위반한 회사인 사업자의 합병이 있는 경우에는 당해회사가 행한 위반행위는 합병후 존속하거나 합병에 의해 설립된 회사가 행한 행위로 보아 과징금을 부과ㆍ징수할 수 있다.
③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법을 위반한 회사인 사업자가 분할되거나 분할합병되는 경우 분할되는 사업자의 분할일 또는 분할합병일 이전의 위반행위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회사의 행위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ㆍ징수할 수 있다. 
1. 분할되는 회사
2.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설립되는 새로운 회사
3. 분할되는 회사의 일부가 다른 회사에 합병된 후 그 다른 회사가 존속하는 경우 그 다른 회사
④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법을 위반한 회사인 사업자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15조에 따라 신회사를 설립하는 경우에는 기존 회사 또는 신회사 중 어느 하나의 행위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ㆍ징수할 수 있다.
⑤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과징금의 부과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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