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수사종결권 폐지' 요구에 文총장 "적법수사" 반발

대검 "수사권 조정, 인권침해 우려"…일선 검사들, 의견 엇갈려

이보라 기자, 한정수 기자 2018.06.18 11:44
문무일 검찰총장/사진=홍봉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수사종결권·수사지휘권 폐지 등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협조를 당부한 가운데 검찰에서 반발 기류가 엿보인다. 국민 인권 보호가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문 총장은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출근길에 기자들로부터 수사권 조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수사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수사의 적법성도 아주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는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청와대 주도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 총장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 주재 오찬에 다녀온 직후 "국민들께서 문명국가의 시민으로서 온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정착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당시 오찬에서 "왜 국민들이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검찰과 경찰에서 두 번 조사받아야 하느냐"며 "이것은 국민의 인권침해이고 엄청난 부담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총장은 오찬에서 문 대통령에게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의 동시 시행을 요청했다. 검경 수사권을 조정할 경우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막아야 한다는 이유였다. 자치경찰제 도입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반대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자치경찰제란 시장·도지사 소속의 지역 경찰이 관내 치안을 책임지는 제도다. 경찰청장이 전국 경찰을 지휘하는 현 국가경찰제와 달리 지역별로 경찰의 권한을 분산하는 방안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이 검찰 조사 후 결론이 바뀌는 경우가 매년 4만건이 넘는다"며 "검찰이 수사 지휘를 하지 않으면 국민 인권이 보호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이 비판하는 부분은 수사지휘가 아니라 특수부 등 일부 영역에 대한 지적"이라며 "문 대통령이 경찰에 대한 사후 통제를 언급한 것과 인권옹호부를 설치하라라는 것은 인권을 중시한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일선 검사들의 경우 수사권 조정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과 조정안을 수용하면서 예외조항을 요구하자는 의견 등으로 나뉘었다.

형사부 소속 한 검사는 "수사지휘권 폐지는 솔직히 우려가 많이 된다"며 "경찰이 가져오는 압수수색 영장을 보면 신문기사 몇개 가져다 압수수색 하겠다고 신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검찰이 검토하는 절차가 없어지면 국민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공안부 소속 한 검사는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는 이상 수사권 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완전히 경찰에 수사지휘권을 내주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최대한 예외조항을 삽입해 경찰에 넘길 것은 넘기되 중요하고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건 종결 전에 적절한 절차를 밟아 검찰이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을 남겨둬야 한다"고 밝혔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