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일반

[친절한 판례氏] "임원의 퇴직금, 압류할 수 있나요?"

대법 "이사의 퇴직금도 민사집행법상 압류금지채권…50% 압류금지"

박윤정 (변호사) 기자 2018.06.24 05:05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퇴직연금도 압류가 될까요? 원칙적으론 불가능합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7조 제1항에 따르면 근로자의 퇴직연금은 ‘전액’ 양도가 금지되고, 따라서 압류도 금지됩니다. 


그런데 회사 임원은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임원은 회사와 사용종속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닙니다. 따라서 임원의 퇴직연금 채권은 개념상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전액 양도 및 압류가 금지되는 채권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임원의 퇴직연금 채권은 전액 압류가 가능하다는 말일까요?


퇴직연금 채권의 압류금지를 규정한 법은 또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 또는 제5호가 그것인데요. 이에 따르면 퇴직연금 또는 퇴직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은 압류가 금지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한 기업의 이사가 운용 중인 자신의 퇴직연금을 대출금채권과 상계하려는 은행을 상대로 퇴직연금을 지급해달라고 한 소송에서 퇴직연금채권도 민사집행법상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되돌려 보냈습니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5다51968 판결).


이 사건에서 1심과 2심은 서로 다른 판단을 했습니다. 1심은 이사의 퇴직연금채권이 민사집행법상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민사집행법 규정이 적용대상을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2심 재판부는 민사집행법이 퇴직금 등 급여채권의 절반에 대해 압류를 금지한 것은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확대해석할 수 없고, 이 규정은 근로자의 근로에 대한 대가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근로자 아닌 임원의 퇴직연금채권의 경우 민사집행법상 압류금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이사의 퇴직연금채권도 민사집행법상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되돌려 보냈습니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5다51968 판결).

 

대법원은 △ “민사집행법 문언상 급여채권의 발생원인을 근로관계로 한정하고 있지 않고, 근로기준법 규정을 준용하고 있지도 않으며, 근로관계 핵심징표인 사용종속성을 직접 드러내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 점” △ “민사집행법이 퇴직금 등을 압류금지채권으로 규정한 취지가 퇴직금 등의 수급자인 채무자의 생계 보장과 직무수행 의욕을 유지시켜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려는 사회·정책적 배려에 따른 것인데, 채무자가 주식회사 이사 등이라거나 그 이사 등의 급여채권이 근로관계가 아닌 위임관계에 기초하여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배려가 불필요하다고 볼 수 없는 점”을 판결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사의 퇴직금을 비롯한 보수가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나서 현저히 균형을 잃을 정도로 과다하거나, 실질적으로는 직무를 수행하지 않으면서 이름만 걸고 있는 명목상 이사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사의 보수청구권도 민사집행법상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사의 퇴직연금채권은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의 범위 내에서 압류가 금지된다는 결론이 내려진 셈입니다.

 

한편 이사 등 임원의 보수는 상당한 고액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사 등 임원의 보수청구권 중 절반을 일률적으로 압류금지한다면, 이사 등 임원의 채권자는 채권의 확보를 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채권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압류가 금지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채권자가 압류명령을 신청함과 동시에 또는 이후에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3항 후단에 따라 ‘압류금지채권의 축소재판’을 신청함으로써 이사 등의 보수청구권 또는 퇴직연금 채권에 대해 압류명령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며 채권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도 함께 판시했습니다. 이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법원이 생계유지를 넘어선 금액은 압류를 가능하게 할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관련 규정


민사집행법

제246조(압류금지채권)

① 다음 각호의 채권은 압류하지 못한다.

4. 급료ㆍ연금ㆍ봉급ㆍ상여금ㆍ퇴직연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 다만, 그 금액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최저생계비를 감안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또는 표준적인 가구의 생계비를 감안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각각 당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으로 한다.

5. 퇴직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

 

③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면 채권자와 채무자의 생활형편,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압류명령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하거나 제1항의 압류금지채권에 대하여 압류명령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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