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왔는데 돈이 없다면?…"나라에서 먼저 내줘요"

[Law&Life-'돈 vs 생명' ②] 매년 8000명 '응급의료비 대지급 제도' 혜택

한정수 기자 2018.06.22 05:02

갑작스러운 병이나 부상으로 응급실에 왔는데 병원에 낼 돈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경우에 대비해 우리나라에는 '응급의료비 대지급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돈이 없어 진료를 받기 힘든 환자들을 위해 국가가 대신 진료비를 대신 내주고 나중에 환자 쪽으로부터 돌려받는 제도다.
이 제도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취지 아래 1995년 도입됐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응급환자가 적시에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의료기관이 의료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는 폐해를 없애자는 것이다.

제도를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응급환자나 보호자가 병원에 비치돼 있는 응급진료비 미납 확인서를 작성해 병원에 제출하면 된다. 다만 응급증상으로 진료를 받은 경우에만 제도 이용이 가능하다. 질병, 분만, 각종 사고 및 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그 밖의 위급한 상태로 인해 즉시 처치를 받지 않으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만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응급환자가 미납 확인서를 제출하면, 의료기관은 평가원에 대지급금을 청구한다. 평가원은 심사를 통해 대신 의료비를 지급하고 환자에게 상환을 통보한다. 환자 본인이나 배우자, 1촌 이내의 직계혈족 등은 의료비를 12개월 내에 갚아야 한다. 분할 납부도 가능하다.

매년 이 같은 혜택을 보는 사람들의 수는 8000여명 수준이다. 평가원에 따르면 심사를 통해 응급의료비 대지급 결정이 내려진 건수는 △2013년 8859건 △2014년 7923건 △2015년 8259건 △2016년 8340건 △2017년 7086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평가원은 평균적으로 매년 40억원 상당의 의료비를 대신 지급하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이 응급의료비 대지급 제도 이용을 거부하는 사례가 아직도 있지만, 이는 법에 어긋난다. 이 제도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는 만큼 각 의료기관에서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실제로 응급의료비 대지급 제도를 이용하는 환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환자들이 해당 제도를 이용한 뒤 의료비를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평가원이 대신 지급한 의료비는 307억여원 상당으로 그 중 22억여원만 상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원 관계자는 "소송 등을 통해 상환을 시도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해당 제도를 많이 이용하는 만큼 상환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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