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법농단 문건 공개" 소송 간다…참여연대 첫 행정소송

참여연대, 법원행정처 상대 정부공개 거부처분취소 행정소송 제기

김종훈, 한정수 기자 2018.06.24 15:32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속 노조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관련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70·사법연수원 2기)시절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 등 사법농단 관련 문건의 공개를 거부한 데 대해 참여연대가 행정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사법농단 관련 문건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변호사단체들도 문건 공개를 위한 행정심판 제기 등 법적 절차를 밟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참여연대는 26일쯤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앞서 참여연대는 법원행정처에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 관련 비공개 문건 300여건을 공개하라는 취지의 정보공개 청구를 냈으나 거부 처분을 받았다. 이번 소송은 이에 불복하는 취지다.

통상 정보공개 거부 처분이 내려지면 이의신청·행정심판·행정소송 등의 방법을 통해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의신청은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내린 행정청에 다시 판단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행정심판은 해당 행정청을 담당하는 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행정소송은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으로, 주로 이의신청이나 행정심판까지 거친 뒤에 선택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이의신청이나 행정심판 절차를 밟지 않고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의신청은 해봤자 좋은 결과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며 "행정심판도 고민해봤지만 빨리 재판부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바로 소송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단체들도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달 31일 법원행정처에 '민변대응전략' '상고법원 입법추진 관련 민변 대응전략' 등 문건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거부당했다. 민변은 거부 처분에 대한 이의를 신청한 상태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심판을 제기한다는 복안이다.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민변 관계자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에서 비공개 결정한 것을 다시 법원에서 다투게 되는 것"이라며 "행정심판이 좀 더 돌아가는 길이기는 하지만 행정심판 기관에서는 법원과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는 먼저 법원행정처가 스스로 문건을 공개하길 기다리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끝내 공개를 거부할 경우 정보공개 청구를 시작으로 법적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앞서 대한변협은 "사법부가 우왕좌왕하면서 불신을 키우고 있다"며 문건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사법농단 사태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행사를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이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번졌고, 결국 대법원은 전담 조사단을 만들고 3차례에 걸쳐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단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작성된 법원행정처 문건 410개를 조사한 뒤 결과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서 조사단은 앞선 2차례의 조사와 마찬가지로 판사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대법원이 주요 재판 과정에서 청와대와 부적절한 유착 행태를 보인 정황을 발견해 공개하면서 재판거래 의혹을 비화됐다.

이에 보고서가 아닌 410개 문건 원본을 전부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대법원은 "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 후속 절차가 진행 중이고,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 입장을 냈다.

이 사건은 시민단체들이 고발에 나서면서 검찰로 넘어갔다. 법원 안팎에서 김명수 대법원장(59·사법연수원 15기)이 직접 고발에 나설지 관심을 모았으나 김 대법원장은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 없다"며 수사 협조를 약속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25일 오전 10시 조석제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을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인 조승현 방송통신대학교 교수를 소환한 데 이어 세 번째 고발인 조사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