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 판례氏] "남편이 한국인인데, 비자를 안 주면?"

외국인은 영사관이 비자발급 거부하면 다툴 방법 없어…난민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입국 허용

박윤정 (변호사) 기자 2018.07.01 05:05



삽화=이지혜 디자이너


외국인이 대한민국에 입국하려면 법무부 장관이 발급한 사증(비자)이 있어야 합니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과 결혼해 국내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만약 한국인을 배우자로 둔 외국인이 한국영사관에서 비자발급을 거부당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다툴 수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최근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다툴 방법이 없습니다. 외국인은 비자발급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 즉, 원고가 될 자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최근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중국인 여성 A씨가 주선양한국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사증발급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A씨의 청구를 각하했습니다(2018. 5. 15. 선고 2014두42506 판결).

 

중국인 여성 A씨는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4박 5일간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남성을 소개받아 한 달 후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혼인신고를 마쳤습니다. A씨는 혼인 직후부터 매년 1차례씩 한국총영사관 총영사에게 결혼이민(F-6) 체류자격 비자 발급을 네 차례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총영사관 총영사는 A씨의 한국인 남편의 거주지를 관할하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공무원의 실태조사를 거쳐 ‘남편의 가족부양능력 결여’ 등을 이유로 A씨에 대한 비자 발급을 네 차례 모두 거부했습니다. 그리하여 A씨는 마지막 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총영사를 상대로 사증발급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A씨가 사증발급거부처분의 직접 상대방으로서 원고 적격이 인정되고, 나아가 가족이 함께 살기 위해 다른 가족 구성원이 그 국가에 입국하고 거주할 권리를 의미하는 '가족결합권'은 혼인의 자유 중 특수한 형태로서 보호되는 것이므로, 재외공관의 장은 혼인의 진정성 및 정상적인 결혼 생활의 가능성이 인정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증을 발급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A씨의 원고적격을 문제 삼았습니다. 대법원은 "출입국관리법의 입법목적은 대한민국에 입국하거나 대한민국에서 출국하는 모든 국민 및 외국인의 출입국관리를 통한 안전한 국경관리와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체류관리 및 난민(難民) 인정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임에 비추어 "체류자격 및 사증발급의 기준과 절차에 관한 출입국관리법과 그 하위법령들은 대한민국의 출입국 질서와 국경관리라는 공익을 보호하려는 취지일 뿐,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에 입국할 권리를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에 입국하고자 하는 외국인의 사익까지 보호하려는 취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하여 외국인은 사증발급거부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 A씨는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원고가 될 적격 자체가 없어 소송이 각하됐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으로선 A씨 남편의 부양능력 유무 등을 판단할 필요도 없게 됐습니다.

 

외국인의 경우 비자 발급에 관한 재외공관장의 결정은 그 자체로 종국적인 것이 되고 다툴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외국인의 경우라도 국적법상 귀화불허가처분이나 출입국관리법상 체류자격변경 불허가처분, 강제퇴거명령 등을 다투는 경우라면 대한민국에 적법하게 입국해 상당한 기간을 체류한 사람인 만큼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된다며 처분의 위법을 다툴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습니다.

 

그렇다면 난민법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의 배우자나 미성년 자식이 입국을 신청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난민법은 이 경우 법무부장관이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의 입국금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입국을 허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 여지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 관련규정

<출입국관리법>

제7조(외국인의 입국) ① 외국인이 입국할 때에는 유효한 여권과 법무부장관이 발급한 사증(査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제8조(사증) ① 제7조에 따른 사증은 1회만 입국할 수 있는 단수사증(單數査證)과 2회 이상 입국할 수 있는 복수사증(複數査證)으로 구분한다.

② 법무부장관은 사증발급에 관한 권한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재외공관의 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

③ 사증발급에 관한 기준과 절차는 법무부령으로 정한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11조(사증발급 권한의 위임) ① 법무부장관은 법 제8조제2항에 따라 별표 1 중 1. 외교(A-1)부터 3. 협정(A-3)까지의 체류자격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한 사증발급 권한을 재외공관의 장에게 위임한다.

② 법무부장관은 법 제8조제2항에 따라 별표 1 중 6. 일시취재(C-1) 부터 31. 방문취업(H-2)까지의 체류자격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한 사증발급 권한(전자사증 발급권한은 제외한다)을 법무부령으로 그 범위를 정하여 재외공관의 장에게 위임한다.

 [별표1]

28의4. 결혼이민(F-6)

가. 국민의 배우자

나. 국민과 혼인관계(사실상의 혼인관계를 포함한다)에서 출생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부 또는 모로서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

다. 국민인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국내에 체류하던 중그 배우자의 사망이나 실종, 그 밖에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으로서 법무부장관이 인정한 사람


<난민법>

제37조(배우자 등의 입국허가) ① 법무부장관은 난민인정자의 배우자 또는 미성년자인 자녀가 입국을 신청하는 경우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입국을 허가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배우자 및 미성년자의 범위는 「민법」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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