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비가 새요"…집주인 vs 세입자, 누구 책임일까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함께 하는 세상 바라보기

강민종 변호사(공익법무관·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2018.07.11 05:15
지난 3일 오후 서울 청계천에 번개를 동반한 강한 소나기가 내리고 있다.

# 중증 지체장애인 임차인 A가 살고 있는 지하방에 환기가 잘 되지 않아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생기고 벽지, 장판이 젖을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임대인 B는 이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해주지 않고 있다. 몸이 불편한 A를 대신하여 사례관리사가 B에게 조치를 요청하였으나 돌아오는 것은 쓸데없이 관여하지 말라는 대답뿐이다.

◇명확하지만 추상적인 법원의 기준

장마철이면 늘어나는 상담이 있다. 누수로 인한 피해를 누가 부담하느냐 이다. 법원의 기준은 명확하지만 추상적이다.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라면 세입자가 수선해야 한다. 반면 그것을 고치지 않을 경우 세입자가 집을 정상적으로 이용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면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한다.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가 세입자가 감수해야 할 사소한 것이냐다.

‘케바케’(case by case)이지만 종전 판례로 어느 정도 유추할 수는 있다. 법원은 다세대 주택에서 방과 거실의 천장에서 물방울이 고이면서 떨어지고, 창문에서 물이 흘러내리며, 벽지가 축축하게 젖는 정도라면 심각하다고 보아서 집주인이 책임진다고 판단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4나13609 판결). 누수 피해가 이 정도라면 원칙적으로 집주인이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누수가 발생하면 일단 집주인에게 알려야

이때 세입자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민법에서는 임차물에 수리가 필요한 일이 발생하면 즉시 임대인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만일 세입자가 누수 사실을 늦게 알린다면 세입자는 통지가 늦어져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나중에 배상받을 수 없다.

실무상 또 자주 발생하는 일이 있다. 윗집의 누수로 아랫집이 피해를 입은 경우이다. 민법은 1차적으로 점유자인 윗집의 세입자가 책임을 지고, 윗집의 세입자가 잘못이 없는 경우에 2차적으로 소유자인 윗집의 집주인이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법원은 윗집 바닥에 매설된 수도배관의 이상으로 누수가 발생하여 피해를 입은 사건에서, 윗집 세입자는 수도배관의 부실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판단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00나81285 판결).

◇취약계층 세입자에게는 비현실적인 구제방법

하지만 이는 이론적인 얘기일 뿐 실제 분쟁사례들을 살펴보면 임차인들이 위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 법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임차인이 취약계층일 경우 정당한 요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묵살당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사각지대에 놓여 조력을 받기 어려운 경우 이후에 대처를 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의 생계가 급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임차인들은 계약을 해지한 후 새로 이사 갈 집을 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스스로 소송을 제기해서 보증금을 돌려받는 길도 요원하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제 때 돌려주지 않을 경우 임차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 때문에 더더욱 임대인과의 관계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현행 법제도 하에서 임차인이 위와 같은 상황들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달리 보이지 않는다. 서울특별시 주택종합상담실,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등 시민들이나 취약계층들을 위해 상담과 분쟁조정 등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이 운영되고 있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어서 속 시원한 해결이 어렵다. 이론적인 계약관계를 떠나 현실적인 상황에서 임차인이 지나치게 불리한 지위에 놓이지 않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관계법령을 정비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해본다.

강민종 변호사(공익법무관)는 서울시복지재단 내에 있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주로 민사 및 가사사건들에 대해 상담을 하며 법률지원을 하고 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