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지사님 돕고 싶다"…드루킹 일당, 안희정에까지 손 뻗었다

경공모 회원 강연회 질문지 입수…안희정 前지사 측 "그런 얘기 없었다"

이보라 기자 2018.07.16 11:10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질문하기 위해 준비한 메모지들/ 사진=이보라 기자


댓글조작 혐의로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받는 '드루킹' 김동원씨(49)가 이끈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 "저희는 안 지사님을 돕고 싶다"며 안희정 전 충남지사(54)에게도 조직적으로 지원을 제안하려 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문재인정부의 실세' 김경수 경남지사(51)를 통한 인사청탁 등 논공행상이 여의치 않자 한때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안 전 지사에게까지 손을 뻗치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경공모 회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질문용 메모지에는 안 전 지사를 상대로 지원을 제공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질문지는 지난 1월 13일 서울 경희대에서 경공모가 안 전 지사를 초청해 개최한 강연회에서 경공모 회원들이 안 전 지사에게 할 질문을 사전에 준비하고 배분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는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의혹이 불거지기 전이었다.


이 질문지에는 "민감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되는데 저희야 안 지사님의 진심과 진의를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일부 당원들은 지사님의 대연정이나 선의 발언에 대해 적폐와 함께 하자는 말이냐며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당권에 도전하게 될 경우 주류 당원층이라 할 수 있는 '문빠'(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층을 잡아야 한다 고 보는데 그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이러한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안 지사님이 내놓을 메시지를 저희와 함께 고민하고 유연하게 대응하실 의향이 있는가? 저희는 안 지사님을 돕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또 다른 회원의 질문지에는 2016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당시 김씨 일당이 이끌었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 모임 '경인선'(經人先·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에 대한 내용도 언급돼 있었다. "지난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안 후보님이 우리 경인선이 있는 곳에 와서 한참 관심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 경인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밖에도 안 전 지사를 상대로 준비된 질문지에는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온라인 기업들이 정치에 개입할 가능성과 그 해결책 △개성공단 확대 방안에 대한 의견 △종교에 대한 견해 등을 묻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 경선 때 부인과 함께 찍은 사진이 기억에 남는데, 도깨비 컨셉은 어떻게 잡은 거냐"는 내용의 질문지도 있었다.

한편 안 전 지사 측은 경공모 측으로부터 지원에 대한 제안이 있었느냐는 '더엘'의 질문에 "강연 전 티타임은 의례적인 자리였고, 강연이 끝나고도 그런 얘기가 없었다"며 "이후에도 (경공모와) 어떤 형태의 접촉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강연 중 이런 질문이 있었더라도 의례적인 멘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안 전 지사가 강연이 끝난 뒤 참모들에게 경공모 쪽과는 '불가근 불가원(너무 멀게도 가깝게도 지내지 말라)하라'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 관계자는 안 전 지사를 상대로 한 드루킹 일당의 지원 제안 의혹과 관련, "사실이 확인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검팀은 조만간 김 지사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62) 등 정치인들을 불러 드루킹 일당과의 관계, 돈거래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김씨 일당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노 원내대표 측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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