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아빠 병수발했는데, 오빠가 유산 절반을 달래요"

[조혜정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조혜정 변호사 2018.07.18 05:20

Q) 한 달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10년간 병든 아버지를 나몰라라 하던 오빠가 아버지 유산인 집의 절반을 달라고 해서 너무 화가 납니다.

10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아버지는 70세에 혼자가 되셨습니다. 아버지는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계셔서 누군가 같은 집에서 모셔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자식으로는 오빠와 저 둘 밖에 없었는데 그 때 오빠는 결혼을 하고 저는 미혼이었어요. 오빠는 끝까지 자기가 모신다는 소리를 안 하더군요. 새언니가 절대 못 모신다고 한 것 같아요. 저도 엄청 고민했지만 병든 칠순의 아버지를 혼자 둘 수는 없었어요. 요양원도 생각해봤지만 아버지도 싫어하고 저도 차마 마음이 내키지 않더라고요. 다른 방법이 없으니 아버지 수발은 제 몫이 되었습니다. 그 때가 제 나이 서른 여섯살 때예요.

처음에는 아버지 식사 챙겨드리고 병원 가시는 것만 조금 신경쓰면 됐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상황이 심각해졌습니다. 모시고 산 지 5년째인가부터 당뇨합병증으로 콩팥이 나빠져 혈액투석을 해야했고 시력도 나빠져 걸핏하면 다치기 일쑤였습니다. 나중에는 고혈압이 심해지고 심부전이 왔고 결국 정상적인 곳이 없다 할 정도로 쇠약해지셔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게 되었지요.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아버지 식사를 챙겨드린 후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일터에 일단 나갔다가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달려가야만 했습니다. 결혼을 안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남자를 만날 시간도 없고 아버지 병수발하는 저와 결혼하겠다는 사람이 있을 리 없으니 결국 결혼을 못했네요. 병원비는 아버지 연금으로 어느 정도 충당이 되긴 했지만, 약값과 식비 기타 살림에 드는 비용은 제 돈으로 냈으니 돈도 별로 못 모았고요.

저 혼자 아버지 수발하느라 고생하는데 오빠는 하나도 도와주지 않았고, 돌아가시기 몇 년 전부터는 아예 발길을 끊었습니다. 저와 아버지는 처음에는 원망하고 화를 냈지만 나중에는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살았어요. 돌아가시기 얼마 전 아버지가 오빠는 장례식에 부르지 말라고 하셔서 아버지 돌아가셨다는 소식도 안 알렸고요. 

그런데, 오빠가 친척들한테 얘기를 들었는지 며칠 전 저한테 전화를 해서 아버지 집을 반씩 나누자고 합니다. 아버지 유언장이 없으니 자기도 절반은 상속받을 권리가 있답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뻔뻔하고 이기적일 수 있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가고 너무 화가 나서 전화 받은 날부터 잠도 안 옵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니 긴 병수발 때문에 저도 여기저기 아프고, 마흔 여섯의 나이에 가족도 없고 모아놓은 돈도 별로 없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제가 아버지 병수발 하느라 청춘을 다 바친 걸 생각하면 아버지 집이라도 제가 가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떻게 해야 오빠에게 아버지 집을 안 줄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A) 오빠 정말 너무하네요. 그 힘든 노인 병수발을 10년간 나몰라라 하고 이제 와서 아버지 집은 똑같이 나눠달라고 한다고요? 얼마나 화나고 괘씸하실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가 안 한 고생은 얼마나 힘든지 잘 모르나 봐요. 선생님 오빠 뿐 아니라 동기간에 부모님 모신 공을 알아주지 않아서 소송하는 경우가 요즘 꽤 많거든요. 고생한 사람 입장에서 보면 정말 억울한 노릇이지요.

하지만, 오빠가 선생님의 고생을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 법은 아버지 수발한 고생을 알아준답니다. 우리 민법에 보면 ‘기여분’이라는 게 있는데, 이건 공동상속인 중에서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을 특별하게 부양했거나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대해 특별히 기여했을 경우 이런 공을 법원이 평가해 기여분만큼 상속재산을 더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효자에게 재산을 더 주는 ‘효도상속’ 규정이지요.

한 10년 전만 해도 법조문에 기여분이라는 제도가 써있긴 했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법원에서 인정을 잘 안 해줬습니다. 예를 들어 아들이 단독으로 부모 생활비를 부담하고 부모 집의 보증금을 부담한 경우, 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돌아가실 때까지 간병한 경우에도 기여분이 인정되지 않은 판례가 있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자식이 부모 모시는 게 당연하지 그게 뭐 특별하냐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거지요.

하지만 10년 만에 세상이 많이 변해서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 자체가 효도라고 보게 됐지요. 세상이 변하니 법원의 판결경향도 많이 달라져 최근에는 법원이 기여분을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해주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병간호하고 생활비를 댄 경우에는 보통 기여분을 인정해주고 있거든요. 기여분의 크기는 상황에 따라서 다른데 50% 정도가 상한선인 것 같고요.

요새 추세가 이러니 선생님이 기여분을 청구하시면 인정받기는 어렵지 않을 거 같네요. 선생님 희망대로 아버지 집을 다 받기는 어렵겠지만 10년간 병수발하고 생활비와 약값을 댔으니 아버지 집의 30-50% 정도는 기여분으로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선생님이 기여분과 상속분을 합쳐 아버지 집의 65-75% 정도는 받으실 수 있어요.

이 정도면 선생님의 청춘에 대한 보상으로 충분할까요? 아니겠지요. 선생님 같은 경우를 상담하다 보면 병든 부모를 외면한 자식은 상속을 못 받게 하는 걸로 법을 바꾸든지, 법원이 기여분을 좀 더 과감하게 인정하는 판결을 하든지 해서 고생한 자식들에게 좀 더 확실한 보상을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고생한 세월에 비하면 인정되는 기여분의 크기가 너무 부족하다 싶은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일단 오빠와 선생님이 받을 수 있는 기여분의 크기에 대해서 협의를 해보시고 협의가 안되면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와 함께 기여분 청구를 해보세요. 일단 청구하면 반드시 인정될테니 결과는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상속문제 정리하시고 이제부터라도 자유롭고 행복한 인생을 보내시길 기원해드릴께요.

[2005년부터 10여년 간 가사소송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10여년간의 가사소송 수행에서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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