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일반

[친절한 판례氏] '국산' 섞고도 '페루산'이라고 쓴 것도 죄?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7.19 05:05

/사진=뉴스1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더 좋은 재료를 쓴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값이 비싼 국산과 싼 외국산을 섞어 쓴 뒤 값싼 외국산으로 표기했다면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처벌을 받는다. 


영농조합법인인 A법인은 경기도에 위치한 식품제조가공업체로 젓갈류 등을 제조했고, 이씨는 이 법인의 대표자였다. 이씨는 2016년 2월 1일부터 같은 달 23일까지 3차례에 걸쳐 부산에 있는 한 회사로부터 원양산 오징어 6900kg을 구입했다.


그 후 이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페루산 오징어(전체 오징어량의 90%)에 원양산 오징어(전체 오징어량의 10%)를 섞어 오징어 젓갈 400kg을 제조한 후 ‘페루산’으로 표기해 문제가 됐다. 이씨와 해당 법인은 이런 방법으로 2016년 10월11일까지 오징어 젓갈 3만8060kg의 원산지를 거짓 표시해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은 농수산물이나 그 가공품 등에 대해 적정하고 합리적인 원산지 표시를 하도록 해서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누구든지 원산지 표시를 거짓으로 하거나 이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1심 법원은 이씨와 해당 법인에게 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이씨는 항소했다. 2심 재판을 받으면서 이씨는 “값이 비싸고 질이 좋은 원양산 오징어를 페루산 오징어에 섞어 ‘페루산’으로 표기해 판매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벌금 300만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도 주장했다.

2심 법원은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를 거짓으로 하거나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모든 행위가 금지되는 것”이라며 “가격이 비싼 원산지의 농수산물을 가격이 싼 원산지의 농수산물로 표시하는 행위라 해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2심 법원은 “피고인들이 원산지 허위 표시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 이종헌에게 동종 전과나 벌금형을 초과한 전과가 없는 점 등은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사정”이라면서도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한 오징어 젓갈의 물량이 적지 않은 점, 유통 중인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및 알 권리가 훼손된 점은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사정”이라면서 1심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였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그대로 형을 확정했다. (2018도6538 판결)


◇관련 규정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이 법은 농산물·수산물이나 그 가공품 등에 대하여 적정하고 합리적인 원산지 표시를 하도록 하여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공정한 거래를 유도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4. "원산지"란 농산물이나 수산물이 생산·채취·포획된 국가·지역이나 해역을 말한다.

제6조(거짓 표시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원산지 표시를 거짓으로 하거나 이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하는 행위
2. 원산지 표시를 혼동하게 할 목적으로 그 표시를 손상·변경하는 행위
3. 원산지를 위장하여 판매하거나, 원산지 표시를 한 농수산물이나 그 가공품에 다른 농수산물이나 가공품을 혼합하여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보관이나 진열하는 행위
② 농수산물이나 그 가공품을 조리하여 판매·제공하는 자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원산지 표시를 거짓으로 하거나 이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하는 행위
2. 원산지를 위장하여 조리·판매·제공하거나, 조리하여 판매·제공할 목적으로 농수산물이나 그 가공품의 원산지 표시를 손상·변경하여 보관·진열하는 행위
3. 원산지 표시를 한 농수산물이나 그 가공품에 원산지가 다른 동일 농수산물이나 그 가공품을 혼합하여 조리·판매·제공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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