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임종헌이 버렸다던 USB, 직원 가방 속에…

사법농단 사건 '스모킹건'될지 주목…양승태 前대법원장·박병대 前법원행정처장 압수수색 영장 기각 '논란'

이상배, 백인성(변호사) 기자, 황국상 기자 2018.07.22 11:09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의 법관·민간인 사찰과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사법연수원 16기)이 퇴임 전 자료를 백업해둔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찾아내 분석에 들어갔다. 당초 임 차장은 백업파일을 모두 폐기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USB를 사무실 직원에게 맡겨 숨겨두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USB가 사법농단 사건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될지 주목된다. 

한편 강제수사에 돌입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박 전 대법관의 과거 배석판사였던 영장전담판사에 의해 대부분 기각돼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전날 임 전 차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그가 법원행정처 근무 시절 자료를 백업해둔 USB를 찾아내 분석 중이다. 이 USB는 임 전 차장이 고용한 사무실 직원의 가방 속에 들어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USB에는 지난 5월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대법관)이 발표한 410개 의혹 관련 문건을 포함해 다수의 자료가 담겨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USB 속에는 그동안 알려진 것 외에도 추가적인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 문건들이 다수 들어있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법원행정처로부터 사건 관련자들의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받고 있으나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하드디스크는 이미 디가우징(자기장을 이용한 물리적 파일 삭제)돼 분석이 어려운 상태다. 또 임 전 차장의 하드디스크는 디가우징되지 않았지만 대법원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어 이번에 발견된 USB가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전날 검찰은 압수수색에 입회한 임 전 차장에게 퇴임 전 백업한 자료를 요구했으나 임 전 차장은 "퇴임하면서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조사 대상이었던 410개 문건을 포함해 파일을 외장하드에 가지고 나온 것은 맞다"면서도 "그런데 지난 5월 특별조사단 발표에서 '형사처벌 사안은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 그 외장하드를 쓰레기통에 버려서 지금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의 사무실에서 백업파일이 담긴 USB가 발견되면서 그의 주장은 사실상 거짓말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5월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법원행정처 PC에서 찾아낸 410개 의혹 관련 문건들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임 전 차장의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죄 해당 여부는 논란이 있고, 그 밖의 사항은 죄가 성립하기 어렵거나 뚜렷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형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임 전 차장은 최근 '법원행정처 간부가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보도 내용은 (기사에서 출처로 언급된) '(150612) 이정현 의원님 면담결과 보고' 파일에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최근까지 대법원에서 갖고 나온 문건들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해왔다.

한편 검찰은 앞서 임 전 차장 외에도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김모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의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임 전 차장을 제외하곤 모두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주거의 평온을 침해할 정도의 혐의 소명이 안 됐다"고 기각 이유를 들었다. 이 부장판사는 2010년 서울고법 근무 당시 박 전 대법관의 배석판사였다는 점에서 영장 심사의 객관성을 놓고 논란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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