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승무원 전원 복직…다른 '재판거래' 피해자들은?

이석기 '내란선동 유죄' 등 박근혜정부에 유리한 판결…재심 어렵지만 특별법 통한 해결 가능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7.22 16:38

철도노사가 KTX 해고 승무원 복직을 합의한 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본부 회의실에서 정미정 철도노동조합 KTX열차승무지부 총무부장(왼쪽부터),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 김승하 철도노동조합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 강철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이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KTX열차승무지부 제공)/사진=뉴스1


양승태 사법부의 대표적인 '재판거래' 피해자로 지목된 KTX 해고 승무원 180여명의 전원 복직이 결정되면서 재판거래 의혹에 휩싸인 다른 사건의 당사자들에 대해서도 구제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현행법상 재판거래가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재심은 불가능하다. 재심은 증거 위조가 확인되는 등의 요건을 만족할 때만 가능하다. 결국 국회를 통한 특별법 제정 또는 정부 차원의 피해 구제 등 정치적 해법만 가능할 전망이다.

◇"사법부, 국정운영 뒷받침 노력"

KTX 해고 승무원들의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비롯한 24건의 재판거래 의혹 사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11월19일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협상추진전략[민정수석].pdf'이란 제목의 문건에 적시돼 있다. 
지난 5월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대법관)이 발표한 410개 의혹 관련 자료 가운데 하나인 이 문건에는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는 문구와 함께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거나 노동자 등 당사자들의 권리를 약화시키는 등의 방향으로 판결이 내려진 사건들이 기재돼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정부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상대가 마음에 들어할 만한 판결을 취합해 작성한 문건일 뿐 재판거래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특별조사단장이었던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업무보고에서 "재판거래를 인정할 만한 자료와 사정,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재판거래는 없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문건에 적시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에서 대법원은 2015년 1월 이 전 의원에게 내란선동 혐의는 유죄,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며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확정했다. ‘전쟁이 발발하는 등 유사시에 상부의 명령이 내려지면 바로 전국 각 권역에서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 폭동을 할 것을 선동한 행위’를 내란선동죄로 인정한 결과였다.

또 제주 강정 해군기지 사건에서 2012년 7월 대법원은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정부의 처분은 유효하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밀양 송전탑 사건과 관련한 판결 2건도 문건에 기재됐다. 2013년 10월 한국전력의 주민들에 대한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인용 결정과 2014년 9월 주민들의 공사중지가처분 기각 결정이다. 당시 창원지법 밀양지원은 송전탑 공사를 방해한 25명에 대해 한전이 제기한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흉기 습격 사건에서 대법원은 2016년 9월 피고인 김씨에 대해 살인미수죄를 적용해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심 어려워…"특별법 통한 해결 가능"

과거사와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국가배상책임을 제한하는 판결을 2013년 5월, 2014년 6월, 2015년 1월과 4월 4차례에 걸쳐 내놨다.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시효를 기존의 3년에서 6개월로 단축시키고, 과거사 피해자라도 생활지원금 등 보상금을 받았다면 국가로부터 다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통상임금 관련 사건에서 대법원은 2013년 12월 “통상임금도 정기상여금에 포함된다”면서도 민법의 신의성실의 원칙을 근거로 소급 적용을 제한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해당 문건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단순히 포함시킬 경우 우리 경제가 안게 될 부담(약 38조원)을 고려했다”고 썼다.

한편 문건에는 KTX 해고 승무원 사건 외에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 철도노조 파업 사건, 금속노조 사건 등의 노동 관련 사건이 적시돼 있었다. 이 가운데 철도노조 파업사건에서 대법원은 2014년 8월 “철도노조 파업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해 노동자의 권리를 약화시켰다.

만약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수사 결과, 이 사건들에 대해 재판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다면 판결을 되돌릴 수 있을까? 대법원 판결까지 내려진 사건의 경우 사법절차상 판결을 뒤집을 방법은 재심 뿐이다. 그러나 재판거래가 사실이라도 재심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상 재심은 원판결의 증거가 위조 또는 변조됐음이 증명되는 등의 엄격한 요건을 만족해야만 한다. 다만 KTX 해고 승무원의 사례처럼 당사자인 공공기관 또는 국가가 직접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법은 가능하다. 형사사건의 경우 특별사면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우선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해당 사건에 대해 재판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정된다면 국회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사건들을 재심 등으로 일괄처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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