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 열풍의 '허와 실'

이종현 변호사(법무법인 서광) 2018.07.23 16:49

최근 일반 아파트 분양가보다 적은 돈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이유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지역주택조합과 관련한 피해사례가 급격하게 늘고 있고 이에 따른 법적 분쟁도 급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역주택 조합이란?

지역주택 조합이란 무주택자이거나 주거전용면적 85㎡이하 1채 소유자인 개인들이 조합을 결성하여 주택의 건축 및 분양사업을 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개인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돈을 모아 땅을 사서 아파트를 짓고, 본인들이 그 아파트를 소유하기도 하고 남는 아파트는 제3자에게 팔기도 하는 동업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아파트 청약과 달리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고 청약 순위와 관계없이 조합에 가입할 수 있으며 비교적 일반분양주택보다 가격이 저렴합니다. 따라서 분양이 완료될 경우 시세차익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DIY제품이 완성된 제품 보다는 좀 더 저렴하듯이, 이론적으로만 보면 지역주택조합을 이용해 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들 수 있습니다. 

다만 사업의 성공률이 낮습니다. 어떤 사업이든 성공하기 어려운 것인데, 그 어려운 사업을 동업으로 진행하면 다른 동업자들과의 의견조율이 어려워 몇 년 안에 사업도 문 닫고, 그 동업자와 소송하게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이 어려운 동업사업을 얼굴 한번 못 본 사람들과 함께 돈을 모아 땅을 사고, 시공사를 선정하여 아파트를 짓는 것이니, 조합원 모집부터 설립인가, 사업계획승인, 시공사 선정, 금융권으로 부터의 대출 등 각 단계별로 분쟁의 소지가 많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추가 분담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추가분담금을 자꾸 내다보면 내 돈이 제대로 쓰이는 것인지, 아파트는 제대로 지어질 것인지 등 불안감이 고조되어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불신이 쌓이게 되고, 그 결과 사업이 끝까지 마무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지역주택조합은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과 달리, 사업 실패의 책임을 개인이 고스란히 져야 합니다. 따라서 가입 전 토지매입이 어느 정도로 진행되었는지, 사업성은 있는지, 시공업체는 탄탄한지 살펴보고 신중하게 가입계약을 체결하셔야 하며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계속적인 감시와 참여를 통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조합원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구체적 사안 소개

# A씨는 지방의 모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여 현재 계약금 및 1차 분담금을 납부한 상태입니다. 이후 A씨는 업무대행사가 토지확보율을 거짓으로 광고하여 조합원들을 모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A씨는 이 사업에 신뢰가 가지 않아 더 늦기 전에 발을 빼고 싶다고 찾아오셨습니다.

먼저 위 조합의 법적 성격에 대해 판단해야 합니다. 지역주택조합이 설립인가를 받기 전까지는 보통 ‘조합추진위원회’라고 불리며 이는 민법상 조합으로 평가되는 반면, 창립총회에서 조합장 선정 및 조합규약을 의결하고 설립인가를 받은 이후에 비로소 비법인사단인 ‘지역주택조합’이 됩니다. 단체의 법적성격에 따라 적용되는 법원리가 달라지고, 계약서상의 해제 관련 규정과 민법상 해제의 법리에 따라 계약해제가 가능한지 여부 및 조합규약이 적용되는지 여부도 달라지게 됩니다. 

위 사례에서 A씨가 속한 조합의 경우 설립 인가를 이미 받았으므로, 그 단체의 성격은 민법상 조합이 아닌 비법인사단으로 보였습니다. 따라서 이때부터는 단순히 조합 계약의 해제가 아니라 지역주택조합에서 ‘탈퇴’를 할 수 있는지 검토하여 자문해드렸습니다. 

참고로 구 주택법 하에서는 조합에서의 임의 탈퇴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했으나 2016. 12. 2. 개정으로 인하여 조합원의 조합 탈퇴 및 환급이 가능해졌습니다. 따라서 해당 주택조합이 개정된 법령을 적용받는지 인가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탈퇴 가능여부도 달라질 수 있으니, 구체적인 법적검토는 반드시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길 권유 드립니다. 

# B씨는 분양을 3개월 앞둔 모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입주를 기대하며 이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느닷없이 조합의 임시총회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총회의 안건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비리가 의심되는 현 조합장을 해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B씨는 조합장이 향후 해임결의의 효력을 소송으로 다툴 것이 명백하고, 비상대책위원회의 주장도 신뢰할 수 없어 괜히 입주만 늦어질까봐 걱정입니다.

지역주택조합과 관련된 분쟁 중 가장 많은 부분은 탈퇴와 관련된 분쟁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은 조합장이나 업무대행사의 횡령 등과 같은 비리문제입니다. 

종종 업무대행사가 자신들의 사람으로 조합장을 추대하여 업무 추진비 등을 횡령하거나, 시공사와의 부당한 약정을 통해 과도한 추가분담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반대로 조합장과 업무대행사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해 다른 조합원들이 비대위를 조직하여 이들을 끌어내리려고 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위와 같은 분쟁 속에서 아무런 잘못 없는 조합원들만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인데요, 저희가 자문을 해드린 위 사건의 경우 다수의 조합원들은 빠른 입주만을 원했기 때문에 비대위가 소집한 임시총회가 성립할 수 없도록 하여 법정 공방을 피할 수 있도록 하고, 횡령 건은 따로 형사절차를 통하여 해결하도록 자문해 드렸습니다.
 
#C씨가 속한 주택조합의 조합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는 요즘 업무대행사에 대한 불만으로 시끌벅적합니다. 사업추진이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지, 심지어 토지매입 비율에 대한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택법에 따르면 발기인 및 조합의 임원은 조합원이 주택조합사업의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를 요청할 경우 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합측이 차라리 벌금을 물겠다며 거부하는 한 일반 조합원들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속앓이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문서열람등사 가처분 또는 본안소송을 통해 정보를 열람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실 수 있습니다. 조합 사건의 경우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변호사 자문료 등을 부담하시면 되므로 큰 부담 없이 조합의 사업 진행 과정을 감시하실 수 있습니다. 

이종현 법무법인 서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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