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일반

[친절한 판례氏] 주총만 거치면 이사님 월급은 무제한?

대법 "상법 명시돼 있지 않아도 이사의 직무와 보수 사이에 합리성 필요"

황국상 기자 2018.07.31 05:05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상법은 이사회가 아니라 정관 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사의 보수를 정하도록 규정한다. 이사들이 사익을 추구하느라 회사와 주주, 회사 채권자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이사들이 짜고 주주들을 꼬드겨 과도하게 높은 퇴직금을 지급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서 통과시켰다면 그래도 그 결의는 유효할까? 직무 충실의무를 위반한 이사의 행위에 의해 부당한 영향을 받은 주주총회 결의의 효력과 이사의 보수산정 기준을 다룬 대법원 판례(2016년 1월28일 선고, 2014다11888)가 있어 소개한다.

1999년 8월 설립된 ㈜행담도개발은 충남 당진 인근 행담도에 해양복합관광 휴게시설을 설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수년 여에 걸친 여러 단계의 지분거래를 거쳐 2002년 11월에 이르러서는 A사가 90%, 한국도로공사가 10%의 행담도개발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A사는 추가 자금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했고 이 회사채는 씨티그룹이 보유하게 됐다. 2009년 5월 이 회사채의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행담도개발의 경영사정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A사는 원리금을 갚지 못했고 씨티그룹은 A사와의 수차례의 협의를 거친 후 2010년 10월 중순 질권을 행사해 A사가 보유하던 행담도개발 지분 90%를 취득했다.

원고 B,C씨는 각각 2003년, 2008년부터 씨티그룹이 지분을 인수해 종전 이사진이 모두 물러날 때까지 이사 또는 대표이사로 근무하던 이들이었다. 이들은 행담도개발을 상대로 임금·퇴직금 등 명목으로 총 1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2008년 행담도개발의 이사회 및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통과된 임원 퇴직금 규정, 2010년 씨티그룹으로 경영권이 넘어가기 직전 B,C씨가 행담도개발과 체결한 연봉인상 계약이 그 근거였다.

문제는 해당 퇴직금 규정과 연봉계약이 일반적인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통상 퇴직금은 근속연수 1년당 1개월치 임금을 누적해 산정하는데 2008년 6월 행담도개발이 주주총회를 거쳐 통과시킨 퇴직금 지급률은 '근속연수 1년당 3~5개월'이었다. 게다가 인상된 퇴직금 지급률은 임원의 근속기간 동안 소급해서 적용하기로 했다.

또 종전 1억4400만원이던 B씨의 연봉은 2010년 9월30일 새 연봉계약을 통해 1억8800만원으로 29.7% 뛰었다. C씨의 연봉은 2010년 10월1일 체결한 연봉계약을 통해 48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66.7% 상승했다. 씨티그룹으로 경영권이 넘어가기 불과 12일, 11일 전에 체결한 연봉계약이었다.

원심은 이들이 청구한 총 11억여원 중 C씨에 대한 급여 미지급분 1175만여원을 제외한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원심은 퇴직금 규정개정에 대해 "행담도개발의 경영악화가 지속돼 경영권이 씨티그룹으로 이전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B,C씨 등 이사들이 결정한 퇴직금 규정 개정은 회사재산의 부당한 유출을 야기해 회사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고 주주인 한국도로공사 등의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원고들의 행위는 이사의 충실의무에 위반한 행위로서 위법하고, 이사회 및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쳤다는 사정만으로 그러한 위법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 배임행위의 결과인 이 사건 퇴직금규정을 근거로 퇴직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B,C씨 등의 연봉인상 계약에 대해서도 "새로운 연봉계약이 체결되기 불과 3개월여 전에 종전 연봉대로 결정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B,C가 주장하는 것처럼 연봉을 인상하기로 주주총회가 결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용했다. 대법원은 "경영권 상실 등으로 퇴직을 앞둔 이사가 회사에서 최대한 많은 보수를 받기 위해 지나치게 과다해 합리적 수준을 현저히 벗어나는 보수지급 기준을 마련하고 지위를 이용해 주주총회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소수주주의 반대에 불구하고 이에 관한 주주총회결의가 성립되도록 했다면 이는 회사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상법상 의무를 위반해 회사재산의 부당한 유출을 야기함으로써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는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하므로, 주주총회결의를 거쳤다 하더라도 그러한 위법행위가 유효하다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관련규정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제388조(이사의 보수)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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