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BMW…"징벌적 손해배상 도입해야"

[나단경 변호사의 법률사용설명서]

나단경 변호사 2018.08.13 10:07


최근 달리던 BMW520d 차량에 불이 나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사고 차량의 운전자들은 가속페달을 밟았는데 말을 듣지 않았고, 보닛에서 연기가 나더니 불이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행 중 차량에 불이 났다면 피해자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는지, 제조사나 판매사에는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기존 유사한 판례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주행 중 차량에 불이 난 경우 먼저 자차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은 대인1·2(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하게 한 경우), 대물(타인의 재물 훼손), 자손(자기 신체 손해),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 자기차량손해 등 6개 담보로 구성됩니다. 만약 보험 가입자가 차량을 운전하다가 상대방과 상관없이 화재로 차량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자동차보험의 자기차량손해 담보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자차보험을 보험계약에 넣는 경우 보험료가 비싸진다는 이유로 선택사항에서 빼는 경우가 있고, 이런 경우에는 보험사로부터는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자차보험으로 보상을 받는 경우 보상금액은 사고 전 상태로 원상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고, 자차보험 처리를 하는 경우 보험료 할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보험회사에서 자동차제작사 등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보상액을 보험회사에서 돌려받게 되면 별도로 보험료 할증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BMW코리아는 차량 화재 피해가 발생한 경우 차량의 전소 여부나 화재 원인과 관계없이 화재 당시 중고차 시세 수준의 보상금을 주지만, 이미 피해자가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 받은 경우 보상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즉 손해가 발생한 피해자는 자차보험으로 보상받을지 BMW코리아로부터 보상 받을지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BMW코리아가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은 피해자를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는 보험금을 이미 지급한 보험회사는 BMW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 이중지급의 위험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2. 자동차제조회사에 자동차에 대한 제조물책임을 묻게 되면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제조물인 자동차의 결함으로 인하여 야기된 자동차의 소유자 또는 이용자 등의 생명, 신체 및 재산에 대한 손해에 대하여 자동차 제조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른바 제조물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① 자동차의 제조과정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고, ② 그 결함이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기한 것이며, ③ 손해가 발생하였고, ④ 자동차의 결함과 손해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등의 요건 사실을 소비자측이 주장, 입증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조물책임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① 결함의 존재, ② 제조사의 고의 또는 과실, ④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그 판단에 전문적·기술적 지식 내지 자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고 자료가 대부분 제조자에게 편중되어 있어 소비자에게 정확한 결함의 존재 및 발생시점 등을 밝혀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판례는 소비자가 자동차에 결함이 없다면 그러한 위험이 통상적으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추정할 수 있는 개연성만 입증하고, 이에 대해 제조사의 수긍할 만한 반증이 없다면 결함요건은 사실상 추정해 주고 있습니다.

 

3. 그런데 판례는 자동차의 결함으로 자동차 자체가 불탄 손해만 있는 경우 제조물책임의 적용대상이 아니라 하자담보책임으로서의 손해배상을 구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판례는 자동차의 전기배선 등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측되어 자동차가 모두 불탄 사안에서 “제조물책임이란 제조물에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을 결여한 결함으로 인하여 생명ㆍ신체나 제조물 그 자체 외의 다른 재산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제조업자 등에게 지우는 손해배상책임이고, 제조물에 상품적합성이 결여되어 제조물 그 자체에 발생한 손해는 제조물책임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대법원 1999. 2. 5. 선고 97다26593 판결).”라고 보면서,

 

“화재가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전기배선 등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하였고 제조물책임에서의 결함과 하자담보책임에서의 하자는 그 책임 영역을 달리함에 따라 용어를 달리할 뿐 실질은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차량 자체의 전소로 인한 손해만을 구하는 원고로서는 엄격하게는 매도인인 피고에 대하여 하자담보책임으로서 손해배상을 구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7. 28 선고 98다35525 판결).”라고 판시했습니다.

 

즉 입증책임이 완화되는 제조물책임은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제조물 이외의 다른 재산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제조업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손해배상책임이기 때문에, 제조물의 결함으로 제조물 그 자체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는 하자담보책임을 물어야지 제조물책임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4. 하자담보책임에도 제조물책임의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법리가 유추적용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BMW 사건들은 다른 곳으로 불이 번졌다거나 사람이 다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큰 손해는 없어 다행이라고 하더라도 차는 모두 타버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차의 결함으로 인해 다른 손해는 없더라도 차 자체가 모두 타버린 경우 제조물 책임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보아 소비자를 위해 입증책임을 완화해주는 증명책임 완화 법리를 적용할 수 없게 되면 억울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실 원칙적으로 제조물책임의 증명책임 완화 법리가 아무 때나 유추적용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대법원 판례도 이와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제조물책임에서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그 제품의 생산과정을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어서 그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였는지,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를 일반인으로서는 밝힐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소비자 측이 제품의 결함 및 그 결함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입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는 정보의 편재 내지 불균형을 감안하여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이루기 위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조업자나 수입업자로부터 제품을 구매하여 이를 판매한 자가 그 매수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민법 제580조 제1항의 하자담보책임에는 제조업자에 대한 제조물책임에서의 증명책임 완화의 법리가 유추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다72045 판결).”

 

그러면서도 하자담보책임에 제조물책임의 증명책임 완화 법리를 유추적용된다고 본 예가 있습니다.

 

“매도인의 지위, 매도인과 제조자와의 관계나 제조물에 대한 정보 공유 가능성, 매도인의 하자 보수 능력 등을 감안하여 매도인을 제조자와 동일시 할 수 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제조업자에 대한 제조물책임에서의 증명책임 완화의 법리를 민법 제580조 제1항 소정의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유추적용할 수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나9478 판결).”

 

즉 자동차를 판매한 사람이 자동차를 제조한 사람과 동일시 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제조업자에 대한 제조물책임을 유추적용한 것입니다. 해당 판례는 동부화재보험이 렉스턴을 만든 쌍용자동차를 상대로 낸 구상금청구소송 사안으로 제조회사와 판매회사가 동일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BMW의 경우는 제조회사와 판매회사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소송이 진행되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누구를 상대로 어떤 손해를 청구해야할지는 손해의 내용과 개별 사안에 따라 검토되어야 하며, 집단소송이라는 이름으로 소송인단을 모집하는 공신력 없는 단체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5. 고의적 악의적 제조사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제조사가 고의적·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큰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미국은 이미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고 있는데 특히 거대기업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해 가해자가 똑같은 불법행위를 다시 저지르지 못하도록 추가해서 손해배상을 가하는 것입니다. 전면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면 악의적으로 제조물의 결함을 숨긴다던가 기업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는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는 배상금을 물 수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자 보호에 임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번 BMW 사태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의 부품 결함과 이에 대한 대응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제2의 옥시사태 방지를 위해서라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도입이 시급하다 할 것입니다.



[나단경 변호사는 임대차, 이혼, 사기 등 누구나 겪게 되는 일상 속의 사건들을 주로 맡습니다. 억울함과 부당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것이 변호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큼 당신을 생각하는 '나단경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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