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친절한 판례氏] "그 계약 깨고 우리한테 오세요"…불공정거래일까?

대법 "단순히 유리한 가격 제시한 것만으로 불공정거래 단정 못해"

황국상 기자 2018.08.14 05:05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자유 경쟁을 제한하는 불공정거래를 엄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어디부터가 불공정거래냐는 것이다. 단순히 경쟁사에 비해 유리한 가격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어떤 회사의 영업행위를 불공정거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특정 기업의 행위가 다른 기업의 정당한 사업을 방해하는 행위인지 판별하는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결(2018년 7월11일 선고, 2014두40227)이 있어 소개한다.

하이트진로음료(주류회사 하이트진로의 100% 자회사, 이하 하이트진로)는 2008년 초 충남·충북 지역에 '먹는샘물'(이하 생수) 대리점을 확보하려던 중이었다. 당시 기준으로 전국 생수 시장 점유율이 10% 이상에 달했던 하이트진로였지만 천안 인근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매우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충남·충북과 경기 남부 지역의 생수 시장에서는 이미 마메든샘물(이하 마메든)이 2004년부터 11곳 대리점을 통해 영업을 하던 상황이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마메든샘물과 대리점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 있던 11곳 대리점과 만나 마메든과의 대리점 계약을 중단하고 자사와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자고 꼬드겼다. 실제 이들 11곳 중 8곳이 마메든과의 계약을 중도에 깨고 하이트진로와 새로 대리점 계약을 맺었다. 

하이트진로는 마메든과 이들 8곳의 대리점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변호사 비용의 50%를 지원하기로 하고 실제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는 약속한 변호사 비용을 대납해주기도 했다. 이외에도 하이트진로는 자사와의 계약 초기 기간 각 대리점의 월 평균 판매량의 6배에 해당하는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한 것은 물론 공급단가 할인, 일부 대리점에 대한 무이자 현금 대여 등 지원도 실시했다. 이같은 여파로 마메든의 매출은 2007년 5억9000만원선에서 2011년에는 1억1200만원으로 급감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 6월 하이트진로에 대해 "부당하게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다시는 해서는 안된다"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이트진로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는데 1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원고인 하이트진로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이트진로는 재차 대법원까지 사건을 가져갔지만 상고가 기각돼 하이트진로의 패소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하이트진로가 마메든과 8개 대리점주 사이의 계약관계 해소에 적극 관여하면서 여러 계약 조건들을 제시해 8개 대리점주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행위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그 부당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금지하는 '기타의 사업활동 방해'에 해당하려면 사업자의 행위가 부당한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방해하는 경우여야 한다"며 "부당성의 유무는 해당 시장에서의 사업자의 지위, 사용된 방해 수단, 의도와 목적, 통상 거래 관행, 방해 행위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행위가 공정하고 자유로운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용된 방해 수단이 더 낮은 가격의 제시에 그칠 경우에는 그것만으로 부당성을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제시된 거래 조건이나 혜택 자체가 경쟁 사업자와 기존에 전속적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대리점에 대한 것이고, 그 혜택이나 함께 사용된 다른 방해수단이 통상적 거래관행에 비춰 이례적이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 질서에 반하는 등으로 관련 법령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다르게 취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8곳 대리점과 마메든 사이의 종전 계약관계 해소에 하이트진로가 적극 관여하거나 그 해소를 유도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점 △변호사 비용 일부 지원 등은 가격, 질, 서비스 등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경쟁수단으로 볼 수 없는 등 통상적인 거래 관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전국 시장에서 상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던 하이트진로가 천안 지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특정 사업자를 표적으로 삼아 그와 기존에 거래하던 대리점에 선별적으로 유리한 거래조건을 제시했다는 점 등을 들어 하이트진로의 행위의 부당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관련조항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①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하 "不公正去來行爲"라 한다)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 
5. 거래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6조(불공정거래행위의 지정) 
①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제3항에 따른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또는 기준은 별표 1의2와 같다. 
1. 거래거절
2. 차별적 취급
3. 경쟁사업자 배제
4. 부당한 고객유인
5. 거래 강제
6. 거래상 지위의 남용
7. 구속조건부 거래
8. 사업활동 방해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