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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병원비는 부모 책임? 며느리 책임?

[엄마 변호사의 세상사는 法] 부부간 부양의무, 부모·자식간 부양의무에 우선

박윤정 (변호사) 기자 2018.08.17 05:00


#1. (이 사안은 부산가정법원 2017느단200724 사건의 사실관계를 각색한 것입니다)


이호섭(65)씨는 30년 전 이혼한 전처와의 사이에 아들 이철민(39)씨를 뒀습니다. 그러나 전처와의 이혼 후에는 아들과 별다른 왕래 없이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18년 전 김영숙(60)씨와 재혼해 함께 거주중입니다. 호섭씨는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1000만원의 대출금 채무가 있고, 2년 전 매도한 다른 주택의 매매대금으로 9000만원을 받은 적이 있으며 그의 명의로 구형 승용차 1대가 있습니다. 호섭씨는 지난해까지 음식점을 운영했지만 최근 무릎을 다친 후에는 직업 활동을 하지 못해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총 약 46만원 정도의 수령하는 외에 별다른 수입이 없는 상태입니다. 한편 아들 철민씨는 회사원으로 2명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으며 중형 아파트 1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호섭씨는 최근 아들 철민씨를 상대로 사망시까지 매월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부양료지급심판청구를 냈습니다.


- 호섭씨는 아들에게서 부양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나 이 사안에서는 어려워 보입니다. 자녀가 부모에 대해 직계혈족으로서 민법 제974조 제1호, 제975조에 따라 부담하는 부양의무는 부양의무자가 자기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생활에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부양을 받을 자가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해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그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2차적 부양의무입니다. 사안에서 호섭씨는 주택 1채와 차량 1대를 소유 중이고, 최근 매각한 다른 주택의 매매대금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며, 연금을 수령하고 있고 무엇보다 제1차적 부양의무자인 재혼 배우자가 현재 60세로 경제적 능력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려워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해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곤궁한 상태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 아들 철민씨의 직업이나 재산, 양육자녀 수 등을 고려할 때 철민씨의 생활에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호섭씨의 청구는 기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2. (이 사안은 대법원 2011다96932 판결의 사실관계를 각색한 것입니다)


이영순(65)씨는 정철우(40)씨의 모친입니다. 철우씨는 5년 전 뇌출혈로 수술을 받은 후 현재까지 의식이 혼미하고 마비 증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철우씨는 처 박혜원(36)씨와 결혼 생활이 원만하지 않아 혜원씨와 철우씨는 철우씨가 쓰러지기 몇 달 전부터 사실상 별거 중이었습니다. 혜원씨는 철우씨가 쓰러진 사실을 알고 철우씨를 간병했으나 약 6개월만에 중단했고, 그 후로는 영순씨가 철우씨를 간병하며 병원비 등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철우씨와 혜원씨는 이혼은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영순씨는 최근 며느리 혜원씨를 상대로 자신이 대신 지출한 철우씨의 병원비와 간병비 등을 지급해달라는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영순씨는 며느리로부터 아들의 병원비와 간병비를 받을 수 있을까요?

▶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법 제826조 제1항에 규정된 부부간의 상호부양의무는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로서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해 부부공동생활유지를 가능케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1차적 부양의무입니다. 이에 반해 부모가 성년의 자녀에 대해 직계혈족으로서 민법 제974조 제1호, 제975조에 따라 부담하는 부양의무는 부양의무자가 자기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생활에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부양을 받을 자가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해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그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2차적 부양의무입니다. 제1차 부양의무와 제2차 부양의무는 의무이행 정도뿐만 아니라 의무이행 순위도 의미하므로 제2차 부양의무자는 제1차 부양의무자보다 후순위로 부양의무를 부담합니다. 따라서 제1차 부양의무자와 제2차 부양의무자가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 제1차 부양의무자는 제2차 부양의무자에 우선해 부양의무를 부담하므로 제2차 부양의무자가 부양받을 자를 부양한 경우 그 소요된 비용을 제1차 부양의무자에 대해 상환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부부간 부양료의 액수는 당사자 쌍방의 재산 상태와 수입액, 생활 정도 및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부양이 필요한 정도, 그에 따른 부양의무의 이행정도, 혼인생활 파탄의 경위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는 것이므로 법원이 혜원씨와 재산 상태와 수입액, 생활정도, 혼인생활 파탄 경위 등을 고려해 상환액수를 정하게 되며, 구체적인 상황(예컨대 혜원씨의 생활이 어렵고, 혼인관계가 파탄된 원인이 전적으로 철우씨에게 있는 등)에 따라서는 영순씨가 지출한 치료비 전액을 상환 받지는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편 영순씨가 상환을 원하는 돈은 철우씨의 혜원씨에 대한 과거의 부양료인데, 과거의 부양료의 경우 부양권리자가 부양의무자에게 부양의무 이행을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행지체에 빠진 후의 것만 지급청구가 가능해서 실제 철우씨가 부양청구를 하지 않고 영순씨가 바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의 경우에도 과거의 부양료를 상환 청구할 수 있는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철우씨는 현재까지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해 혜원씨에게 부양을 청구하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하면 이행청구 이전의 과거의 부양료도 지급의무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3. (이 사안은 서울가정법원 2007브28 사건의 사실관계를 각색한 것입니다)


김순영(70)씨는 5년 전 남편 박창원씨와 사별했습니다. 순영씨와 고(故) 창원씨 사이에는 2남 1녀가 있으며, 고 창원씨는 전처와의 사이에 아들 박희성(50세)씨를 두고 있습니다. 아들 희성씨는 결혼과 동시에 독립해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으며 최근 사업이 번창해 상당한 재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순영씨는 희성씨를 상대로 부양료지급심판청구를 냈습니다.

 

- 순영씨는 희성씨로부터 부양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 어렵습니다. 민법 제974조 제1호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 부양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희성씨의 부친인 창원씨가 생존해 있었다면 희성씨는 생활능력에 따라 계모인 순영씨도 부양해야 할 의무도 있다고 볼 여지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창원씨가 사망해 순영씨와 창원씨의 배우자 관계가 종료됐으므로 희성씨의 순영씨에 대한 부양의무는 동조 제1호에 따른 것이 아닌 제3호 기타 친족간의 부양의무에 해당할 뿐입니다(순영씨가 재혼하기 전까지 희성씨와 순영씨의 관계는 인척 1촌에 해당하는 친족 관계에 있습니다). 그런데 동조 제3호의 기타 친족간의 부양의무는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하므로, 독립해 가정을 일구고 있는 희성씨에게 더 이상 순영씨를 부양할 의무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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