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조세

[친절한 판례씨] "첫 세무조사 땐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대법 "종전 조사에서 못 본 허위 주주명부, 별도 증여 없으면 중복 세무조사"

황국상 기자 2018.09.05 14:48
대법원 청사 / 사진제공=뉴스1

국세기본법 제81조, 즉 '세무조사권 남용 금지' 조항은 세무조사가 필요 최소의 범위에서 세무조사를 실시할 의무를 세무 공무원에게 부과하고 있다. 또 탈세 혐의를 인정할 명백한 자료가 있다는 등 사유가 없다면 같은 세목과 같은 과세기간에 대해 중복 세무조사를 할 수 없도록 했다.

그렇다면 세무 당국이 한 차례 세무조사를 했을 때는 주식의 증여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가 추후 다시 실시한 세무조사에서 허위 주주명부를 활용한 사실을 확인했다면 두 번째 세무조사에 기초한 과세는 적법할까. 중복 세무조사 금지의 원칙의 적용 기준 등에 대한 대법원 판례(2018년 6월19일 선고, 2016두1240)가 있어 소개한다.

서울지방국세청(이하 서울청)은 2008년 4월부터 3개월에 걸쳐 롯데관광개발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김기병 회장은 주주명부와 주식을 제출했다. 김 회장은 이 주주명부가 자신이 직접 작성해 보관하고 있었다고 했다.

해당 주주명부에는 1991년 3월과 1994년 3월에 각각 김 회장 주식의 일부가 그의 두 아들에게 증여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서울청은 김 회장의 두 아들 등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김 회장의 주주명부가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또 증여된 시점 이후 시간이 흘러 세금 부과가 가능한 시점을 넘어섰다고 보고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문제는 2년 후인 2010년 감사원이 서울청에 대한 정기감사를 실시하면서 당시 김 회장 아들들에 대한 증여세 산정이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불거졌다. 김 회장이 제시한 주주명부가 임의로 작성된 허위 명부임에도 이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서울청은 2011년 4월부터 3개월간 재차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청의 두 번째 세무조사에서 김 회장이 4년 전 제출한 주주명부가 2004년 이후 허위로 작성된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김 회장이 제출한 장부는 이중장부였던 것이다. 이에 서울청은 김 회장의 두 아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불복한 김 회장의 아들들이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원심은 "감사원이 서울청에 대한 정기감사에서 2008년 세무조사 과정의 잘못을 발견해 시정하라는 통보를 해서 서울청이 그에 따른 것"이라며 "감사원의 이같은 통보는 재조사(중복 세무조사)가 허용되는 예외를 규정한 국세기본법 시행령 규정에 부합한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후속 세무조사가 조사의 목적과 실시 경위, 질문조사의 대상과 방법 및 내용, 조사를 통해 획득한 자료 등에 비추어 종전 세무조사와 실질적으로 같은 과세요건사실에 대한 것에 불과할 경우에는 법이 금지하는 재조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서울청의 2011년 두 번째 세무조사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감사원의 '감사결과 처분요구'는 새로운 진술이나 자료를 기초로 한 게 아니라 서울청이 종전 세무조사에서 이미 작성하거나 취득한 자료를 토대로 하면서도 사실관계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 등만을 달리해 이뤄진 것"이라며 "국세기본법이 재조사를 허용하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한편 김 회장의 두 아들들은 2012년 2월 서울행정법원에 처음 불복소송을 제기한 후 6년여가 지나서야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관련규정

국세기본법

제81조의4(세무조사권 남용 금지)

① 세무공무원은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세무조사를 하여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
② 세무공무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하여 재조사를 할 수 없다.
1.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2. 거래상대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
3. 2개 이상의 과세기간과 관련하여 잘못이 있는 경우
4. 제65조제1항제3호 단서(제66조제6항과 제81조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또는 제81조의15제4항제2호 단서에 따른 재조사 결정에 따라 조사를 하는 경우(결정서 주문에 기재된 범위의 조사에 한정한다)
5. 납세자가 세무공무원에게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제공하거나 금품제공을 알선한 경우
6. 제81조의11제3항에 따른 부분조사를 실시한 후 해당 조사에 포함되지 아니한 부분에 대하여 조사하는 경우
7. 그 밖에 제1호부터 제6호까지와 유사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③ 세무공무원은 세무조사를 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장부등의 제출을 요구하여야 하며, 조사대상 세목 및 과세기간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계산과 관련 없는 장부등의 제출을 요구해서는 아니 된다.
④ 누구든지 세무공무원으로 하여금 법령을 위반하게 하거나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게 하는 등 공정한 세무조사를 저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63조의2(세무조사를 다시 할 수 있는 경우) 

법 제81조의4제2항제7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1. 부동산투기, 매점매석, 무자료거래 등 경제질서 교란 등을 통한 세금탈루 혐의가 있는 자에 대하여 일제조사를 하는 경우
2. 각종 과세자료의 처리를 위한 재조사나 국세환급금의 결정을 위한 확인조사 등을 하는 경우
3. 「조세범 처벌절차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조세범칙행위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다만, 처음의 세무조사(법 제81조의2제2항제1호에 따른 세무조사를 말한다. 이하 이 장에서 같다)에서 해당 자료에 대하여 「조세범 처벌절차법」 제5조제1항제1호에 따라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가 조세범칙조사의 실시에 관한 심의를 한 결과 조세범칙행위의 혐의가 없다고 의결한 경우에는 조세범칙행위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로 인정하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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