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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 턱수염 기른 기장 징계는 부당…과도한 자유 침해"

김태은 기자 2018.09.14 16:00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기장이 턱수염을 길렀다는 이유로 항공사가 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개인 행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이유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아시아나항공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비행정지 및 부당감급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각각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에서 기장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 2014년 9월 상사가 "턱수염을 기르는 것은 회사 규정에 어긋나므로 면도하라"는 지시를 했지만 따르지 않았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A씨의 비행 업무를 일시 정지시키고 A씨가 수염을 깎고 나와 수염을 기르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은 후 비행 정지를 풀어줬다. 이로 인해 A씨는 29일 동안 비행을 하지 못했다.

A씨는 같은 해 12월 비행 정지가 부당한 인사 처분이라며 구제신청을 냈고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서 구제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중노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오늘날 개인 용모의 다양성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원고 소속 직원들이 수염을 기른다고 해 반드시 고객에게 부정적인 인식과 영향을 끼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해당 직원이 타인에게 혐오나 불쾌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외모와 업무 성격에 맞게 깔끔하고 단정하게 수염을 기른다면 그것이 고객의 신뢰나 만족도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또 "직원들에게 수염을 기르지 못하도록 한 결과 직원들의 책임의식이나 고객의 신뢰도가 더 높아졌다고 볼 합리적 이유와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며 "수염 자체로 인하여 언제나 영업의 자유에 미치는 위해나 제약이 있게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행동자유권을 지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원고 회사에서 퇴사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수염을 일률적․전면적으로 기르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공운항의 안전을 위하여 항공기 기장의 턱수염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외국인 직원들에게는 수염을 기르는 것을 부분적으로 허용해 왔고, 다른 항공사들도 운항승무원이 수염을 기르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다"며 과도한 행동자유권 침해라고 판시했다.

앞서 행정법원의 1심 재판부는 "항공사는 일반 기업보다 직원들의 복장이나 용모를 훨씬 폭넓게 제한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바 있다.

그러나 2심은 "턱수염을 기르지 못하도록 규정한 아시아나항공의 용모규정은 내국인 직원들에 대해서만 금지함으로써 직원을 '국적'을 기준으로 차별하고 있다"면서 "헌법과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평등 원칙에 위배해 무효"라며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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