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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 불법체류 단속 피해 도망가다 '쿵'…산재일까?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9.20 05:05

/사진=뉴스1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하려다 다친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2008두12344 판결)

2008년 11월 대법원 1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을 피하려다 뇌를 크게 다친 중국인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A씨는 중국인으로 2005년 3월 유학비자로 우리나라에 입국해 어학연수를 받다가 2006년 2월 대학을 무단이탈해 전기기기 및 전기전자 부품조립을 업으로 하는 회사 소속 근로자로 일해 왔다.

2006년 5월 근무 중 A씨는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의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하기 위해 관리부장의 지시를 받고 2층 사무실에 숨었다. 하지만 단속반이 2층에 들어가려 하자 A씨는 창문을 통해 건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외벽의 에어콘 배관을 타고 내려가다 8m 아래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

A씨는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했지만 근로복지공단에서 2006년 6월 요양불승인처분을 받았다. 공단 측은 ‘불법취업 외국인 단속을 나온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직원들을 피하기 위해 도주를 하다가 발생한 재해로서 업무로 인해 발생한 재해가 아닌 것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소송 과정에서 사업주 내지 관리부장의 지시를 받아 2층 창문으로 도주하다가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라며 도주행위는 업무 수행을 연속적으로 지속하기 위한 것으로서 업무수행에 수반되는 필요적 부수행위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해 도주하는 행위를 업무수행이나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과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면서 “사업주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험급여의 대상이 되는 업무로 된다고 할 수도 없다”면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법원은 1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2심 법원은 “사업주는 관리부장을 통해 직접 원고를 비롯한 불법체류자들에게 마산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의 단속을 피해 도주하도록 지시했고 그 과정에서 재해를 입게 된 것”이라며 “행위과정이 화성전자의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경우에 해당함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확정했다.


◇관련조항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무상 사고
가.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
나.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
라.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
마.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
바.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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