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등 7대 로펌, 정부 상대 '승소율' 따져보니…

[the L 리포트] 1∼7월 대법원 공개 '주요 행정소송 판례' 전수분석

황국상 기자 2018.09.20 04:00

정부를 상대로 하는 '행정소송'은 어렵다. 승소율이 낮다. 최고의 전문가집단인 공무원을 상대로 해서다. 세무서, 중앙노동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지방자치단체 등. 이럴 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대형 로펌들이다. 정부를 상대할 정도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대형 로펌들이 정부에 맞서 개인·기업 등 원고를 대리했을 때 승소율은 얼마나 될까?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화우, 바른 등 국내 7대 로펌을 대상으로 따져봤다. 

◇7대 로펌 71% vs 나머지 44%

20일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대법원 판례공보'를 통해 공개된 올 1∼7월 주요 행정소송의 상고심 판결 91건을 전수분석한 결과, 전체 원고 승소율은 57.1%(51건)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7대 로펌이 상고심을 대리한 41건만 보면 원고 승소율이 70.7%(29건)로, 전체 평균을 13.6%포인트나 웃돌았다. 이들 7개 로펌이 상고심을 맡지 않은 나머지 50건은 원고 승소율이 44.0%(22건)에 그쳤다. 

'판례공보'란 법원도서관이 이후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주요 판결들만 엄선해 담은 공공기록물이다. 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나 '대법원 판례집'에 담길 가치가 있는 판결 등이 수록된다. 대개 행정소송은 특성상 원고 승소율이 10% 안팎에 그치지만, 판례공보의 경우 새로운 판례 또는 특수한 사건의 판결들이 주로 담기기 때문에 원고 승소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분야별로는 조세 사건에서 대형 로펌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조사 대상이 된 행정사건 91건 가운데 조세 사건은 32건으로, 이 중 7대 로펌이 상고심에서 원고를 대리한 경우는 25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원고 승소율은 84.0%(21건)에 달했다.

특히 '조세 명가'로 알려진 율촌이 '명불허전'의 실력을 드러냈다. 율촌은 이 중 7건을 수임했는데, 전부 승소했다. 이 가운데 4건이 역전승이었다. 하급심에서 패소한 사건을 상고심에서 뒤집어 이겼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사건이 강원랜드를 대리해 과세당국과 겨룬 조세불복 소송이었다. 

강원랜드는 '태백관광개발공사 정상화 유도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를 지정기탁 사유로 삼아 강원도 태백시에 150억원의 기부금을 내고 이를 해당 사업연도의 손금에 반영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해당 기부금을 손금에 반영하지 않은 채 법인세를 부과했고, 이에 불복한 강원랜드가 소송을 냈다. 1·2심에서 다른 로펌이 맡은 이 사건은 강원랜드의 패소로 끝나는 듯했지만 강석훈 변호사 등 율촌 조세팀이 3심에서 원고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 사건은 원심법원에 환송됐으나 강원랜드와 과세당국간 합의로 최후 종결됐다.

김앤장도 6개 조세 소송 가운데 5건에서 승소했다. 과거 회사 분할 과정에서 수천억원대 세금 폭탄을 맞은 OCI, 한국·중국 조세조약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할 뻔 한 LG이노텍 등을 대리한 조세 소송 등에서 최종 승소한 게 대표적이다. 세종은 아파트 건설용 부지 매입과 관련한 자금 차입 및 이자 변제 과정에서 이자비용을 '비용계정'으로 인정받지 못한 DSD삼호를 대리해 한 지자체와의 취득세 소송에서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얻어냈다.
◇전문가들의 리그 '행정소송'
그러나 조세 이외의 행정소송에선 대형 로펌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비(非)조세 행정사건 59건 중 7개 로펌이 원고를 대리한 사건은 16건에 그쳤다. 또 이 가운데 승소한 사건은 8건으로 원고 승소율이 50%에 불과했다. 이는 7대 로펌이 원고 대리를 맡지 않은 나머지 비조세 행정사건의 원고 승소율(52.5%)에도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비조세 분야에서도 7대 로펌이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성공적으로 개인과 기업의 권리를 구제한 사례는 적지 않다. 태평양은 토지보상 수용금을 늘려달라는 일진전기를 대리해 인천광역시를 상대로 승소했다. 경쟁업체에 무단으로 사업허가를 내줘 손해를 끼친 한 지자체를 상대로 지방 버스업체를 대리해 승소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광장은 하천수의 실제 사용량이 아니라 취수허가량을 근거로 하천수 사용료를 부과한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낸 풍산을 대리해 원고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냈다. 바른 역시 경기도 한 지자체가 모 레미콘 업체에 내 준 공장건축 허가를 취소해달라는 주민들을 대리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끌어냈다.

조세 소송에서 대형 로펌의 승소율이 높은 것과 관련, 행정법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사실 행정소송은 전문가들의 리그"라며 "조세와 같은 전문적인 분야에서 기존 법리를 비틀어 새로운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곳은 대형 로펌말곤 사실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행정소송을 다룬 적이 있는 다른 판사는 "대형 로펌들이 제출한 서면자료를 보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판례나 논문 등이 빈틈없이 깔끔하게 잘 정리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세무 공무원 출신이나 조세 소송을 많이 다뤄본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대형 로펌에 많이 포진돼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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