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곰탕집 성추행 사건, 문제는 사법부 신뢰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9.20 15:44

“만졌느냐, 안 만졌느냐.”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연일 화제다. 지난 6일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글로 시작된 이 사건은 남녀간 성대결 양상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관련 시위를 준비하는 모임까지 만들어졌다.


쟁점은 곰탕집에서 한 남성이 피해 여성의 엉덩이를 만졌는지 아닌지다. 당시 사건 현장을 촬영한 CC(폐쇄회로)TV 영상도 2개나 공개됐지만 이를 통해서는 판단이 힘들다.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상황에서 재판부는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남성을 법정 구속시켰다.


과도한 판결이란 비난이 재판부로 향했고, 법조계에서도 실형 구속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강제추행의 양형기준은 징역 6개월에서 2년이다. 가중·감경요소가 없으면 일반적으로 이 안에서 형량이 결정된다.


하지만 법원의 재량이 크다 보니 양형기준 만으로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고무줄 판결’이라는 비판이 계속 나온다. 법관들이 내세우는 법리는 현실과 유리돼선 안 된다. 형사소송에선 ‘무죄 추정의 원칙’을 대전제로 두고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를 세심하게 따져봐야 한다.


특히 이 사건에서 국민들이 판결에 쉽게 승복하지 못하는 것은 ‘사법농단’ 사태로 사법부 신뢰가 최악으로 떨어진 것과도 무관치 않다. 법조계에선 ‘재판거래 의혹’ 등이 불거지자 그 어느 때보다 ‘전관’을 원하는 의뢰인이 많아졌다는 한탄마저 흘러나온다.


오는 25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대법관 제청과 헌법재판관 지명 등 인사권을 내려놓고 사법 개혁을 시도했다. 하지만 사법농단 의혹으로 대법원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발목이 잡혔다. 20일엔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의 발단이 됐던 법원행정처를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들고 나타났다.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는 문구에 공허함을 느끼고 있다. 국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과거의 불법과 단절하고 권한을 내려 놓는 등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개혁을 마다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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