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사법농단, 공개적·고의적 증거인멸도 구속 안되나" 반발

법원, 대법원 문건파기 前 판사 구속영장 기각… 檢 "기각을 위한 기각사유"

황국상 기자 2018.09.20 23:20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20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유 변호사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절도,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사진제공=뉴스1

사법농단 수사를 피해 대법원에서 빼돌린 문건을 파쇄했다는 등 혐의를 받는 전직 판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기각을 위한 기각사유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0일 밤 공무상 비밀누설, 직권남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변호사법 위반, 절도 등 혐의를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사법농단 사건에 있어서는 공개적·고의적 증거인멸 행위를 해도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 대단히 부당하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연구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검토한 보고서 등 원본이 포함된 대법원 기밀 문건들을 무단으로 반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이 보유하던 문건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유 전 연구관은 검찰에 '문건을 파기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써줬음에도 압수수색 영장 기각 소식을 들은 후 해당 문건들을 파기했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이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등에 개입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또 유 전 연구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이었던 김영재·박채윤 부부의 특허소송과 관련한 정보가 법원에서 법원행정처로 넘어가는 과정에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이와 함께 유 전 연구관은 대법원 재직 시절 관할하던 '숙명학원 변상금 부과 처분' 사건을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한 혐의를 받는다. 실제 유 전 연구관은 이 사건을 수임해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검찰은 이를 '공무원이 재직 중 취급한 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보고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유 전 연구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하고 유 전 연구관에 적용된 모든 혐의가 규명되지 않았다며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허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등 유 전 연구관에 적용된 혐의들에 대해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등 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다" "피의 사실과 관련된 문건 등을 삭제한 것을 들어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유 전 연구관이 작성에 관여했다고 하는 문건이) 공무상 비밀 누설죄의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피의자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담한 방식으로 공개적으로 증거인멸을 하고 이에 대한 일말의 반성조차 없었던 그간의 경과를 전 국민이 지켜봤다"며 "이같은 피의자에 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명시하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대단히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또 "영장판사의 장문의 기각 사유는 어떻게든 구속 사유를 부정하기 위해 만든 '기각을 위한 기각사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그간 영장판사는 재판 관련 자료에 대해 '재판의 본질'이므로 압수수색조차 할 수 없는 기밀자료라면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해왔다"며 "오늘은 똑같은 재판 관련 자료를 두고 '비밀이 아니니 빼내도 죄가 안된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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