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간병인 실수로 환자 사망…요양병원도 책임"

2심 "환자와 요양병원 사이 간병 제공 계약까지 체결됐다고 봐야"

김종훈 기자 2018.09.23 09:00
/사진=뉴스1

요양병원에서 간병인 실수로 환자가 숨지는 사고가 났다면 요양병원 측에도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부장판사 송인권)는 숨진 요양병원 환자 A씨의 아들 B씨가 C요양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C병원은 B씨에게 1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A씨는 2015년 4월 중증 마비 증상으로 C병원에 입원했다. A씨는 원래 다른 사람에게 간병을 받다 6개월쯤 후 D씨로 간병인이 바뀌었다. 얼마 후 D씨가 A씨를 부축해 화장실로 이동하던 도중 A씨가 넘어져 벽 모서리에 머리를 찧는 사고가 발생했다. D씨가 화장실 문을 열려고 A씨의 오른손을 잠시 놓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A씨는 사고 직후 구토 증세를 보이다 의식을 잃었다. C병원은 각종 검사를 통해 A씨의 상태를 관찰하다 A씨가 의식을 잃자 대학병원으로 A씨를 옮겼다. A씨는 뇌출혈이 발생해 수술이 어려운 지경이라는 판정을 받고 사망했다. 이에 B씨는 C병원이 간병인의 실수를 책임져야 한다며 C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애초에 간병인이 휠체어를 사용했더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고, 사고 이후에도 C병원이 제때 대처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C병원이 손해배상금으로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간병인의 실수는 C병원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C병원과 간병인이 지시 감독 관계가 아니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 근거로 C병원은 간병사회에서 간병인을 소개받는데, C병원과 간병사회 소개 계약에서 병원과 간병인이 '동등한 사업자'로 표현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간병인이 하는 간병업무까지 일반적인 병원업무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C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1심은 '주치의와 간호사에게 특별한 과실이 관찰되지 않는다'고 한 대한의사협회 감정을 근거로 사고 후 대처가 미흡했다는 B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C병원이 수시로 간병인들을 교육하고 간병업무를 실질적으로 감독했으므로 C병원을 간병인들의 사용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사용자의 배상책임을 규정한 민법 제756조를 근거로 C병원에게 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민법 제756조 제1항에 따르면 타인을 사용해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경우, 그 타인이 업무와 관련해 제3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사용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간병업무를 일반적인 병원업무로 볼 수 없다고 한 1심 재판부 판단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C병원은 의료법상 '병원', '종합병원'이 아니라 노인성질환 등 간병인이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의 요양·재활치료를 주 목적으로 하는 '요양병원'이다"라며 "환자들도 의료와 간병을 일괄적으로 제공받기 위해 C병원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숨진 A씨가 간병을 의뢰한 상대방은 간병인이나 간병사회가 아니라 C병원"이라며 "A씨와 C병원 사이에는 통상적인 의료계약에 더해 간병을 제공받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까지 체결됐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사고 발생 경위와 간병인 D씨의 과실 내용, 사고 당시 A씨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C병원의 책임범위를 1500만원으로 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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