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법농단 수사 여론전 고민

檢, 국민 관심에 수사 동력 직결…국정조사 기대감

김태은 기자 2018.10.10 05:14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에 휩싸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자택 인근 놀이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국민들에게는 사법농단 수사가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 문제다."

최근 검찰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한 '사법농단 수사'에 대한 고민이다. 수사가 해를 넘겨 내년 상반기까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수사 동력이 유지되려면 그만큼 여론의 관심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사법농단 수사'가 일반 국민들의 눈길을 잡아끌기 쉬운 소재는 아니다. '상고법원'을 앞세운 법원의 '재판거래' 동기가 국민들의 공분을 폭발시키기엔 체감도가 낮은 편이다. 또 국민들에겐 다소 생소한 법원행정처가 혐의의 중심에 놓이면서 사안을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

사법농단 의혹의 중심에 있는 핵심 인물에 대한 수사가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것도 여론의 관심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검찰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아직 소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법농단 의혹을 둘러싸고 장외전만 펼치고 있으니 지켜보는 관중들이 지칠 법도 하다.

검찰이 대검 중앙수사부 이후 최대 규모의 수사팀을 꾸렸을 때는 그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내세워서였는데 정작 국민의 관심이 그에 따라주지 않는다면 머쓱한 일이다. 수사 대상인 법원이 영장 기각 등으로 수사를 가로막고 있는 불리한 여건에서 검찰이 이를 타개할 수도 마땅치가 않다.

반면 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핵심 인물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여론의 비판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사 개시 넉 달만에 압수수색의 실효성은 여전히 물음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스스로 서재에 있는 이동저장장치(USB) 위치를 알려주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결정적 단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자신한 행동으로 추측되는데 검찰 수사에 협조했다는 명분만 쌓은 셈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법원에 유리하다. 법원도 이를 알고 버티기에 들어간 것같다"고 말했다. 국민의 관심까지 저조하게 되면 사법농단 수사 동력을 상실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검찰 일각에서는 다음달 추진되는 국정조사에 기대를 걸어보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한다. 수사는 검찰의 몫이지만 여론을 환기시키고 법원에 대한 국민적 압박을 통해 수사의 빗장을 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사법농단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될 지 수사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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