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이 미친듯 뛰고 있다…단지 살아남기 위해"

[Law&Life-'과로 검사' 잔혹사 ②] '검사내전' 저자 김웅 검사 인터뷰

안채원 인턴기자 2018.10.11 05:02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 형사정책단장.

"돌이 쉴 새 없이 굴러떨어지니까 그저 살아남기 위해 미친 듯 뛰고 있는 거죠." 

지난 8일 대검찰청에서 만난 김웅 대검 미래기획 형사정책단장은 지금 검사들이 처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검찰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담은 '검사내전'의 저자다. 

검찰에 사건이 쏟아지는 이유를 묻자 김 단장은 "민사 사건의 형사화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민사로 해결됐어야 할 사건들이 형사 사건으로 넘어온다는 얘기다. 김 단장은 "한 해에 형사 사건이 200만건 정도 접수되는데 그 중 처리가 까다로운 고소·고발사건이 약 50만건에 달한다"며 "불기소 처분을 하는 사건에 대해서도 당사자에게 그 이유를 납득시키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하기 때문에 업무 속도는 느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업무과중은 젊은 검사들의 죽음과 같은 비극으로 이어진다. 사회 전체로도 정작 억울한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 소홀히 다뤄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고소·고발 사건을 주로 다루는 형사부에서 그렇다. 김 단장은 "문화적 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제도적 해법을 물었다. 김 단장은 '형사조정제도' 등을 비롯한 조정, 중재 등 대체적 분쟁 해결 방안의 확대를 꼽았다. 형사 사건은 기소 또는 불기소, 유죄 또는 무죄로 결론이 난다. 그러나 모든 사건이 일도양단으로 풀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법을 통한 해결의 한계다. 하지만 조정이나 중재는 그게 가능하다. 

김 단장은 "법은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며 "국가기관이 아닌 개인과 시민사회가 먼저 적극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어야 갈등 사회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정 결과의 신뢰성과 전문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사건과 밀접한 분야의 전문가 투입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사건 관련 분야에서 저명한 전문가를 조정 위원으로 섭외하면 검사와 판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전문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농촌에서 발생한 사건이면 농업 전문가를 조정위원으로 섭외하고, 회계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면 회계사를 조정위원으로 선정하는 식이다.

김 단장은 "지금 우리 사회에선 모든 분쟁과 갈등에서 가장 먼저 나서는 게 검찰"이라며 "이제는 검찰이 좀 더 보충적이고 예외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게 인권을 수호하는 검찰 본연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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