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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판례氏] 퇴직 전 포기 못하는 퇴직금…그럼 퇴직 후엔?

회사 퇴직 후 퇴직금 포기는 가능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10.11 05:05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근로자가 회사를 그만 두기 전 미리 퇴직금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 퇴직 이후엔 어떨까? 근로자가 회사를 최종 퇴직한 뒤 퇴직금을 포기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어 소개한다.
2018년 7월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회사에 다니다 퇴직한 김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받아들여 확정했다고 밝혔다. (2018다21821 판결)

김씨는 2003년 4월 건축설계회사인 A사에 입사해 10년 후인 2013년 12월 퇴직했다. 김씨는 퇴직 후 2014년 10월까지 밀린 급여와 퇴직금 명목으로 A사로부터 1180만원을 받았다.

그 즈음 김씨는 A사에 “본인은 2014년 10월 8일부로 귀사에 밀린 급료(퇴직금 포함)를 모두 정리했으므로 더 이상의 추가 금액을 요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이에 각서를 제출합니다.”라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해줬다.

그러나 김씨는 이후 본인이 일했던 근로기간인 10년9개월에 해당하는 2700여만원의 퇴직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김씨는 “회사 측이 각서를 가져와 날인을 요구해 각서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날인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당한 A사는 “김씨가 받은 월급에 퇴직금이 모두 포함돼 있고 오히려 김씨는 돈을 일부 반환해야 한다"면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를 제기했다.

1·2심 법원은 “착오로 각서에 날인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A사가 주장하는 월급에 포함된 퇴직금이 나머지 임금과 구별될 정도로 특정돼 있지도 않고 오로지 퇴직금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으로 그 실질은 임금”이라며 양쪽의 주장이 모두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이미 퇴직해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 시 발생한 퇴직금청구권을 나중에 포기하는 것은 허용된다”며 “김씨가 퇴직일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후에 각서를 작성했고 그 경위와 문언 등에 비춰 볼 때 김씨가 퇴직으로 발생한 퇴직금청구권을 사후에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퇴직금은 사용자가 일정기간을 계속근로하고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계속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하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가진다”라며 “구체적인 퇴직금청구권은 근로관계가 끝나는 퇴직이라는 사실을 요건으로 발생하고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무효”라고 설명했다.

관련조항

근로기준법
제34조(퇴직급여 제도)
사용자가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퇴직급여 제도에 관하여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정하는 대로 따른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수급권의 보호) 
① 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는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가입자는 주택구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와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한도에서 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를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 이 경우 제26조에 따라 등록한 퇴직연금사업자는 제공된 급여를 담보로 한 대출이 이루어지도록 협조하여야 한다.

제9조(퇴직금의 지급)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제10조(퇴직금의 시효) 이 법에 따른 퇴직금을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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