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에버랜드의 시각장애인 롤러코스터 탑승 제한은 '차별'"

재판부 "시각장애인 탑승이 안전 위험 초래한다는 주장 받아들이기 어렵다", 1인당 200만원 위자료 지급해야

박보희 기자 2018.10.11 15:05

14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를 찾은 시민들이 겨울 동안 운행 중지 후 재가동한 티익스프레스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 에버랜드는 이날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지정된 놀이기구 중 5가지 이상 탑승시 상품을 제공하는 '코스터 위크'를 개최한다. (에버랜드 제공) 2018.2.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롤러코스터 등 놀이기구를 타지 못하도록 한 놀이공원은 방침은 정당할까? 법원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판사 임정엽)는 11일 시각장애인 김모씨 등이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시각장애인이라도 놀이기구를 타는데 별다른 위험이 없는데 이를 금지한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재판부는 에버랜드 측에 김씨 등 소송을 낸 시각장애인 3명에게 각각 200만원씩을 위자료로 지급하도록 했다.

또 시각장애인 탑승을 금지시키는 근거가 되는 내용이 담긴 '안전 가이드북'의 해당 항목을 삭제하도록 했다. 이 가이드북에는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시력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에버랜드 측은 이를 근거로 시각장애인의 놀이기구 탑승을 금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에버랜드)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놀이기구들이 시각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비교해 안전상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하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놀이기구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는 위험 정도에 있어 별 차이가 없고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신적, 신체적으로 이용이 부적합하다거나 본인 또는 타인의 안전을 저해한다고 볼 수 없다"며 "(차별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 측은 '시각장애인을 탑승시킬 경우 안전사고 위험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추측에 불과할 뿐 이를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차별행위로 원고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이라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차별 행위가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발생한 것으로 차별을 목적으로 탑승을 거부한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해 액수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시각장애를 가진 김씨 등은 지난 2015년 에버랜드에서 자유이용권을 끊고 롤러코스터인 'T-엑스프레스'를 타려고 했지만 제지당했다. 직원은 안전 등을 이유로 김씨 일행의 탑승을 막았고, 김씨 등은 결국 이를 타지 못했다. 에버랜드 놀이기구 중 T-엑스프레스와 범퍼카 등 3개는 시각장애인의 이용이 완전히 제한돼있고, 4개는 동승자가 있어야 이용할 수 있다.

김씨 측은 "시각장애인 탑승 거부는 자기결정권 침해와 고객에게 시설물을 제공하는 업자로서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위험 여부를 감수할지 여부는 스스로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삼성물산을 상대로 7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지난 2016년 4월 직접 에버랜드를 찾아 현장 검증을 실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시각장애인과 에버핸드 관계자 등 소송 당사자들과 함께 롤러코스터를 타고, 운행 도중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각장애인도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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