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인천정유 과징금 소송 또다시 현대오일뱅크 손 들어줘

"서면작성 계약서, 문언대로 내용 인정해야"…원고 패소→파기환송→일부 승소→파기환송

김태은 기자 2018.10.12 12:09


현대오일뱅크가 인천정유 과징금으로 입게 된 손해에 대해 계약 당시 손해배상을 약정한 한화 측이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원고 일부 승소와 원고 패소, 원심 파기환송, 다시 원고 일부 승소를 거쳐 한화가 300억원 가량의 손해배상금을 현대오일뱅크에 물어줘야 한다는 취지로 대법원이 다시 한번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는 12일 현대오일뱅크가 한화케미칼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을 깨고 승소 부분을 확장하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진술·보증 조항의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조항에서 ‘인천정유 또는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현금으로 원고에게 배상한다’는 약정은 구체적으로 손해배상의 범위와 그 금액을 산정하는 방법을 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들이 진술·보증한 것과 달리 기업지배권이 이전되는 시점 이전의 사유로 인천정유의 우발채무가 발생하거나 부실자산 등이 추가로 발견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금액이 진술·보증 위반으로 원고가 입게 되는 손해"라고 판단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4월 한화 측으로부터 한화에너지 주식 양도 계약을 체결하고 한화에너지의 상호를 인천정유로 변경했다. 계약 당시 한화 측은 인천정유가 일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이와 관련해 행정기관 조사를 받고 있거나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없다는 내용의 진술과 보증을 했다. 보증 위반 사항이 발견돼 인천정유 또는 현대오일뱅크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한화 측이 500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손해를 원고에게 배상하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계약 종료 후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실시된 군용유류 구매입찰에서 인천정유가 다른 정유사들과 담합해 낙찰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이로 인해 인천정유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45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현대오일뱅크는 보증사항을 위반했다며 2002년 한화케미칼 등을 상대로 32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7년 한화 측의 책임을 인정해 벌금 2억원과 소송비용 등 총 8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2년 현대오일뱅크 역시 담합행위에 직접 참여했던 만큼 계약 당시 인천정유의 법 위반 행위를 알고 있었기에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신의칙 위반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현대오일뱅크는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계약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원고 승소 취지로 원심 파기 환송을 결정했다.

대법원은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상의 책임을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과 같은 일반원칙에 의해 제한하는 것은 자칫하면 사적 자치의 원칙이나 안정성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서울고법이 심리를 맡아 지난해 초 한화가 현대오일뱅크에게 10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고법은 약정상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도 배상해야 하지만 손해액을 입증하는 것이 어려워 손해배상금을 10억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현대오일뱅크는 보상금액 산정방식이 주식양수도계약서와 민사소송법의 손해배상 산정법리에 맞지 않다고 보고 대법원에 재상고했다.

대법원은 기업인수계약 당시 손해배상 발생에 대한 진술보증에 이미 손해배상의 범위와 금액을 산정하는 방법을 정하고 있고 이를 배제하거나 제한할 만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따라야 한다며 현대오일뱅크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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