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법] MB 없는 MB 선고…어떻게 가능했나?

형사재판에서 피고인 출석은 '의무'···일부 예외도 있어

안채원 인턴기자 2018.10.17 05:00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재판부(정계선 부장판사)는 다스 횡령과 뇌물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을 선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0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뉴스1 DB) 2018.10.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형사소송법 277조 2에 의해서 피고인의 출석 없이 그대로 선고 공판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 재판부는 "이 재판은 본래 피고인의 출석 없이는 개정이 불가능하다"면서도 형사소송법 규정을 근거로 공판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재판 당사자인 피고인 없이도 형사재판의 진행이 가능한 걸까?

원친적으론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선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276조는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개정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 조항도 있다. 형사소송법 제277조에서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 공소기각 또는 면소의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사건 등은 피고인 불출석 상태에서도 공판 진행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공판 전에 미리 쟁점 사항 등을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 자체가 없다.

이 전 대통령의 선고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재판 출석 의무를 어긴 셈이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을 강제구인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그렇다고 이 전 대통령이 안 나온다고 선고를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이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277조의 2항 '구속피고인의 출석 거부' 규정에 따라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형사소송법 277조 2항에서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개정을 못 하는 경우에도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제출한 사유서에 기재된 불출석 사유가 출석을 거부할 만한 정당한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재판 진행을 결정했다.

그렇다면 민사 재판은 어떨까? 민사재판에서는 소송대리인이 출석할 경우 재판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선고기일에도 마찬가지다. 민사소송법 제 207조는 '선고기일에도 당사자 출석 없이 선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송대리인을 두지 않은 경우라면 당사자가 직접 출석해야 한다. 

하지만 형사·민사재판 모두 사건 당사자가 재판 출석을 성실히 하지 않을 경우 판결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정성용 변호사는 "재판 당사자가 불성실한 태도로 재판에 임하고 있다는 인상을 재판부에 줄 경우 판례상으로나 법률상으로나 불리한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2심 재판부는 최근 1심의 징역 24년보다 높은 징역 25년을 선고하며 재판 출석 거부 문제를 거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 출석을 거부함으로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하여 실체적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기대하는 국민의 마지막 여망마저 철저히 외면했다”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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