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평 아파트 재건축하는데 34평만 준다고?"

행정법원 "재건축 다수 조합원 이익 위해 소수 조합원의 일방희생 강요는 위법"

황국상 기자 2018.10.16 10:45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소형 면적 아파트를 가진 다수의 이익을 위해 대형 면적을 가진 소수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아파트 재건축 조합의 결의는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지난 12일 강모씨 등 34명이 서울 소재 한 아파트의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사업계획변경 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아파트에는 종전 182세대가 살고 있었는데 17평형이 156세대에 이르는 반면 35평형은 26세대에 불과했다. 2015년 12월 설립인가를 받은 조합은 당초 용적률 300%를 전제로 △종전 17평형 156세대는 각각 신축 18평형 31세대와 24평형 125세대로 △기존 35평형 26세대는 신축 41평형 26세대로 재건축하는 계획을 수립했었다.

서울시 규제로 인해 조합은 용적률을 종전 300%에서 246%로 변경해야만 했다. 이에 조합은 △기존 17평형 156세대를 18평형 36세대와 22평형 120세대로 △기존 35평형 26세대를 34평형 26세대로 재건축하는 쪽으로 계획을 바꿨다. 기존 17평형 세대 전부가 종전 대비 더 넓은 평수를 받게 됐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35평형 세대만 종전 계획에 비해 좁은 평수를 배정받게 됐다.

이에 35평형 조합원들은 "변경된 사업계획안은 17평형 조합원들의 주도로 가결됐다"며 "소수인 35평형 조합원들은 기존 평수보다 오히려 더 작은 평수를 분양받는 반면 다수인 17평형 조합원들은 더 큰 아파트를 분양받는 등 불공평한 결과가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합은 "용적률이 낮아지면서 35평형 조합원에게 40평형 이상을 분양하게 되면 17평형 조합원들은 시장 수요가 적은 20평형 미만의 아파트를 받아야만 한다"며 "이 경우 17평형 조합원들의 반대로 재건축을 진행할 수 없게 돼 다수인 17평 조합원들에게 평균 21평형을 분양하는 것으로 했다. 평형 배정의 불균형이 발생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35평형 조합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17평형 조합원들이 반드시 20평형 이상의 아파트를 분양받아야 한다고 볼 필연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수인 17평형 조합원들이 시장 수요가 많은 20평형 이상의 아파트를 그들이 원하는 만큼 분양받게 하기 위해 소수인 35평형 조합원들에게 기존 평형보다 작은 아파트를 분양받도록 희생시키는 것은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조합이 정한 조합원 간 출자비율 기초자료에 따르면 종전 17평형의 아파트의 평당 가격은 3156만원인 반면 35평형은 평당 2507만원으로 상당히 낮다. 납득하기 어렵다"며 "조합이 근거로 제시한 약식감정 결과 뿐 아니라 출자비율도 신뢰하기 어렵다. 이 출자비율을 반영해 35평형 조합원에게 34평형을 분양하기로 정한 것은 합리성, 타당성이 없다"고 봤다. 

이어 "35평형 조합원들은 당초 계획처럼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조합설립에 동의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조합이 변경된 사업계획을 수립한 것은 35평형 조합원들의 신뢰를 침해한 것으로 형평에 현저히 반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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