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BMW' 재판 불 붙는다…최후 승자는?

서울중앙지법에만 약 4000명 소송 접수, 내달 2일 첫 변론…바른 및 중소로펌 vs 김앤장 격돌

황국상 기자 2018.10.19 04:01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가 2018년 8월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소비자협회 BMW 집단소송단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결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잇따른 주행 중 화재로 운전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불타는 자동차' BMW 관련 재판이 다음달초 본격 시작된다. 대형 로펌 김앤장과 바른 등이 격돌한 이번 소송의 승패는 입증책임을 BMW와 피해자 가운데 어느 쪽이 질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BMW 화재사고와 관련한 피해자들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 7월말부터 최근까지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것만 약 30건에 달한다. 원고 수는 약 4000명, 손해배상 청구액 규모는 500억원 가까이 이른다. 소송 전략상 청구액을 줄여서 접수한 뒤 소송 진행 상황에 따라 청구액을 높이기도 하는 관행을 고려할 때 청구액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바른 및 중소로펌 vs 김앤장 격돌

원고인 피해자 측의 대리는 대형 로펌 바른과 중소 로펌 해온·보인·신원 등이 맡고 있다. 반면 피고인 BMW코리아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방패로 내세웠다. 여러 소송 중 가장 먼저 재판이 열리는 사건은 바른을 통해 3명의 원고들이 총 6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민사단독 사건이다. 내달 2일 첫 변론이 열린다.

피해자들은 불에 타 훼손된 차량 자체의 손해는 물론 사고 이후 나중에 중고로 팔 때의 가격하락분도 배상하라고 BMW 측에 요구하고 있다. 차량을 사용하지 못한 데 따른 손해 뿐 아니라 화재가 옆 차량에 번져 발생한 손해, 차 안에 둔 가방·지갑 등 멸실 손해까지도 원고들이 주장하는 배상금에 포함돼 있다.

앞서 피해자들은 손해배상금 확보를 위해 BMW코리아 본사와 지역센터 임차보증금 등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이달초 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40억원 가량의 BMW 재산이 가압류됐다. 그러나 가압류 신청이 받아들여졌다고 해서 본안소송에서도 피해자들이 승소할 것으로 장담하긴 어렵다.

소송의 관건은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다. 피해자들은 소송을 내면서 '제조물책임법'상 책임과 함께 민법상 하자담보책임 및 불법행위책임도 함께 제기했다. 이 가운데 제조물책임법은 사고 관련 입증책임을 제조자가 진다는 게 특징이다. 차량 결함과 피해자들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BMW가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개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입증책임을 지는 것과는 반대다.

따라서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되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들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 또 제조물책임법은 배상액을 실제 손해의 최고 3배까지로 규정돼 있어 피해자들이 더 두텁게 구제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약 4000명에 달하는 원고들 가운데 제조물책임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은 일부에 그칠 전망이다. 제조물책임법은 문제가 된 제조물 자체에 국한된 피해에 대해서는 제조업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고들이 제조물책임법상 책임 뿐 아니라 민법상 하자담보책임 및 불법행위책임까지 함께 소장에 기재한 이유다.

다만 이 경우는 손해가 BMW의 차량결함 때문이라는 점을 피해자들이 적극 입증해야 한다. 수만개의 부품이 결합된 차량의 특성상 입증책임을 원고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불리한 요소다.

◇"제조사가 문제 예견 못했다면 면책" 변수

그나마 최근 법원이 소비자 권익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원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법무법인 창과방패의 이민 대표변호사는 "지난 11일 서울남부지법은 자동차 엔진룸에서 화재가 발생해 차량이 전소한 사건에서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음에도 '차량 결함과 화재에 따른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바 있다"며 "일반 민사소송에서까지 피고인 자동차 제조사에 입증책임을 부담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BMW 화재사건 피해자들이 손해를 온전히 보전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사건에 참여하지 않은 한 대형로펌의 A변호사는 "BMW 사건이 제조물책임법의 적용을 받는다더라도 문제된 부품을 제조할 당시 기술 수준으론 문제를 예견할 수 없었다는 점이 인정되면 제조사의 책임을 면책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며 "입증책임이 BMW에 부과된다고 해서 무조건 원고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또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의 경우에도 원고들이 받을 수 있는 손해액은 사고 시점을 기준으로 감가상각이 반영된 시가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차량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책임을 제조사에 부담시키는 일부 법원의 판결도 모든 법원에 일반화됐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한편 사건은 민사 뿐 아니라 형사 분야로도 확대됐다. 피해자들 가운데 일부는 BMW 차량의 화재를 초래한 부품과 관련한 정보를 BMW 측이 알고도 은폐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최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BMW코리아 본사와 부품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압수수색한 건 이 때문이다.

630여명의 BMW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BMW 차량이 화재가 잦을 수밖에 없는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 외에도 BMW 측이 결함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은폐했다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며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에 따른 형사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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