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새고, 고장 나고…학교에 낸 돈도 환불이 되나요?

[우리 삶을 바꾼 변호사] 하주희 법무법인 향법 변호사…교육에 부실 투자한 대학, 학생에 위자료 주라는 판결 이끌어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11.02 04:02

하주희 법무법인 향법 변호사.

대학교가 학생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면 학생들은 등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지난 7월 질 낮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한 대학을 상대로 학생들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첫 대법원 판결(2016다34281)이 나왔다. 법원은 학교 측에 잘못이 있다며 학생들의 재학기간 1년당 3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명목상 등록금 환불은 아니지만 최소한 위자료 명목으로 일부의 돈은 돌려주라는 취지다. 


대학더러 학생들에게 돈을 돌려주라는 판결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새로운 판결을 이끌어낸 주인공이 바로 하주희 법무법인 향법 변호사(43·사법연수원39기)다. 


수원대는 2014년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총 33개 사항을 지적받았다. 이 학교는 2013년 2월 기준으로 학교에 쌓아둔 적립금이 3000억원을 넘었다. 그런데도 학새들의 교육환경에 투자하는 데는 인색했다. 


등록금 가운데 실험실습에 투자된 돈의 비중은 수도권 소재 종합대학교 평균의 41%에 그치는 0.9%였다. 학생지원비는 수도권 소재 종합대학교 평균의 9.0%인 0.3%였다. 한 마디로 학생들을 위해 써야 할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단 얘기다. 


그 결과, 실습실은 물이 새고 제대로 된 학습 자료는 비치되지 않았다. 건축설계학과에선 자 등 꼭 필요한 교육 설비가 제공되지 않았고, 그나마 있는 도구들도 고장나거나 쓸모가 없었다. 영상 관련 학과에선 스크린이 없어 흰 벽에 영상을 띄우기도 했다.

뿔이 난 학생들은 결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하는 하주희 변호사에게 상담을 의뢰했고 고민 끝에 학교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가기로 했다. 하 변호사는 “일부 사립대 등에서 종종 발견됐던 사례인데 선례가 없어 승소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히 이것은 꼭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소송이라고 생각해서 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처음엔 등록금 환불 소송으로 시작했지만, 소송 과정에서 걸림돌이 발견됐다. 학교의 적립금과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놓고 어느 정도까지 부당이득으로 봐서 환불 받아야 할지 기준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 변호사는 학교 측으로부터 불법행위 책임에 따른 위자료를 받아내는 것으로 청구 내용을 변경했다. 


2015년 4월 1심 법원은 “학교 측이 적립금과 이월금을 부당하게 적립하고 운영해 등록금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정도의 실험이나 실습 교육을 받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당시의 기대나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학교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다. 2016년 7월 2심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학생들이 소송을 제기한 2013년 이후 5년 만인 지난 7월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채모씨 등 수원대 학생 42명이 학교법인과 이사장, 총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학교 측은 교육시설 등의 확보 의무를 다해 학습자의 학습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한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재학기간 1년당 위자료로 3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하 변호사는 같은 기간에 재학했던 다른 수백여명의 학생들에 대해 추가로 같은 내용의 소송을 수행 중이다.


하 변호사는 “학교가 제대로 된 수업을 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끼친 피해가 엄청나게 크다”며 “학교는 등록금을 갖고 제대로 된 교육환경을 제공해야 될 의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학교 측이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운영을 하면서도 정작 등록금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또 어느정도의 적립금을 쌓았을 때 위법한지 기준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이 부분도 앞으로 정립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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