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친절한 판례氏] 복수노조 중 1곳에만 사무실 준 회사, 결국…

대법 "교섭창구 단일화 이후 非교섭 노조 차별해선 안돼"…사측 손해배상 책임 인정

황국상 기자 2018.11.06 05:05
/그래픽=이미지투데이

우리 노동 관련 법령은 한 개 사업장에 여러 개의 노동조합, 즉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단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단 복수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라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교섭대표 노조를 정하고, 이 교섭대표 노조가 사측과 단체협약이나 임금협약 등의 체결을 위한 교섭을 해야 한다. 노사간, 노조간 갈등을 막고 단체교섭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만약 사측이 복수노조 중 일방에만 노조 사무실 제공, 노조 전임자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 등 혜택을 준다면 어떨까. 교섭창구 단일화에 참여한 여러 노조 가운데 일부만 차별대우한, 이른바 '공정대표의무 위반' 사건을 다룬 대법원 판례(2018년 8월30일, 2017다218642)가 있어 소개한다.

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시내버스 사업을 영위하는 A사 등 7개 버스업체에는 한국노총 산하의 노조(이하 한국노총 노조)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산하 노조(이하 민주노총 노조) 등 2개 계파의 노조가 각각 설립돼 있었다. 

즉 이들 7개사는 복수노조 사업장에 해당했다.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등 조항이 시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A사 등은 한국노총 노조, 민주노총 노조를 상대로 각각 별도의 단체협약, 임금협약을 체결해 시행해 왔다. 

2012년 7월부터 A사 등 7개사에도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이 적용됐다. 다수파였던 한국노총 노조가 A사 등 사측과 단체·임금협약을 체결하는 자리에 나설 수 있는 교섭대표 노조로 선정됐다. 그런데 A사 등은 교섭대표 노조들과의 합의를 통해 한국노총 노조에만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기로 했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 혜택도 한국노총 노조에만 연 2000시간씩 부여됐고 민주노총 노조에는 주어지지 않았다. 

이에 민주노총 노조가 지방·중앙노동위원회에 A사 등이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다고 시정신청을 냈고 시정명령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노동조합법은 "교섭대표 노조와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 또는 그 조합원 사이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갈등을 겪고서야 2014년 6월부터는 민주노총 노조에도 근로시간 면제 혜택이 부여됐다. 7개 피고회사 중 4개사는 민주노총 노조에 사무실을 별도로 제공했다. 다만 나머지 3개사는 근로시간 면제 혜택은 제공하면서도 사무실 제공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노조는 △노조 사무실 미제공 3개사에 대한 사무실 제공 신청 △공정대표의무 위반 기간 노조 교섭력 약화 및 조합원에 대한 위신추락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각각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A사 등을 상대로 냈다.

1심은 "A사 등이 한국노총 노조와 '회사는 대표 노조에만 사무실 등을 대여한다'고 합의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교섭대표 노조와 소수노조를 차별한 것으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A사 등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민주노총 노조가 근로시간 면제를 받지 못해 연차·휴일, 평일 대체근로나 휴가신청 등을 통해 노조활동을 하게 되는 등 손실을 입었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 7개사으로 하여금 공정대표의무 위반 정도 등을 감안해 민주노총 노조에 500만~1000만원씩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노조 사무실 제공요청에 응하지 않은 3개사에 대한 민주노총 노조의 청구와 관련해서는 사측이 경영상태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해 재량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는 점, 사측이 민주노총 노조 측에 '한국노총 노조와 사무실을 공유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는 점 등을 들어 기각 판결을 내렸다. 

2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따른 A사 등의 손해배상 책임만 인정했다. A사 등 사측의 불복으로 이 사건은 3심으로까지 이어졌지만 대법원은 이들의 상고를 기각,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대법원은 "교섭대표 노조에는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에 참여한 다른 노조에는 '물리적 한계'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노조 사무실을 전혀 제공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회사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고 해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근로시간 면제혜택 부여와 관련한 차별에 대해서도 "교섭창구 단일화가 이뤄진 이후에도 교섭대표 노조에만 근로시간 면제를 인정하면서 민주노총 노조에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를 차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조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교섭 및 체결권한) 
 ①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 
 ② 제29조의2에 따라 결정된 교섭대표노동조합(이하 "교섭대표노동조합"이라 한다)의 대표자는 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  
 ③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로부터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는 그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를 위하여 위임받은 범위안에서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④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제3항에 따라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한 때에는 그 사실을 상대방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2(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2개 이상의 노동조합 조합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교섭대표기구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 다만, 제2항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기한 내에 사용자가 이 조에서 정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기로 동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 절차(이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라 한다)에 참여한 모든 노동조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한 내에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한다. 
 ③ 제2항에 따른 기한내에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지 못하고 제1항 단서에 따른 사용자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위임 또는 연합 등의 방법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가 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된다. 
 ④ 제2항과 제3항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지 못한 경우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모든 노동조합은 공동으로 교섭대표단(이하 이 조에서 "공동교섭대표단"이라 한다)을 구성하여 사용자와 교섭하여야 한다. 이 때 공동교섭대표단에 참여할 수 있는 노동조합은 그 조합원 수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 100분의 10 이상인 노동조합으로 한다. 
 ⑤ 제4항에 따른 공동교섭대표단의 구성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에 노동위원회는 해당 노동조합의 신청에 따라 조합원 비율을 고려하여 이를 결정할 수 있다. 
 ⑥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함에 있어 교섭요구 사실, 조합원 수 등에 대한 이의가 있는 때에는 노동위원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노동조합의 신청을 받아 그 이의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다. 
 ⑦ 제5항 및 제6항에 따른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불복절차 및 효력은 제69조와 제70조제2항을 준용한다. 
 ⑧ 노동조합의 교섭요구·참여 방법, 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을 위한 조합원 수 산정 기준 등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교섭비용 증가 방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3(교섭단위 결정) 
 ① 제29조의2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여야 하는 단위(이하 "교섭단위"라 한다)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노동위원회는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 쪽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③ 제2항에 따른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불복절차 및 효력은 제69조와 제70조제2항을 준용한다. 
 ④ 교섭단위 분리 신청 및 노동위원회의 결정 기준·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4(공정대표의무 등) 
 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제1항을 위반하여 차별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있은 날(단체협약의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가 제1항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단체협약 체결일을 말한다)부터 3개월 이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그 시정을 요청할 수 있다. 
 ③ 노동위원회는 제2항에 따른 신청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였다고 인정한 때에는 그 시정에 필요한 명령을 하여야 한다. 
 ④ 제3항에 따른 노동위원회의 명령 또는 결정에 대한 불복절차 등에 관하여는 제85조 및 제86조를 준용한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