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을 피하는 5가지 방법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김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주원) 2018.11.12 05:20


형사사건을 처리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가장 긴박하고 피가 마르는 순간은 바로 의뢰인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변론 업무를 맡을 때다. 사전에 피의자의 변호인으로 선임돼 있지 않았던 이상 피의자 및 범좌사실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불과 하루 남짓한 시간 동안 모든 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피의자가 사전에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상황에서 긴급체포가 되고 구속영장 청구가 되는 과정이 많은데 이 과정에서 변호사가 연락을 받았을 때는 피의자가 이미 구금돼 있고, 가족들도 평정심을 잃은 상황이라 가족들을 다독여 가면서 피의자를 서둘러 접견하고 수사기관이 문제 삼는 범죄사실이 사실인지 파악을 해야만 한다.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 단 시간내 이를 해명할 논리와 방법을 마련해야 하고, 정말로 죄를 저질렀다면 무작정 죄를 부인하는 것보다는 죄를 인정하고 피해구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고 도리에도 맞기 때문이다.

영장실질심사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매번 느낀 바가 있다. 기존에 피의자가 조사를 받으면서 진술한 사항 및 수사에 임했던 태도에 따라 변호인이 변론을 할 수 있는 여지도 달라지고, 추후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도 제법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1.주거지에 대한 질문에는 성의있게 답하라

형사소송법 제70조 구속의 사유에는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가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주거지에 대한 질문은 단지 피의자의 일상과 신상에 대한 가벼운 질문이 아니라 구속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위중한 사항이다. 간혹 이런 주거지 질문에 대해 성의 없는 답변을 하는 피의자가 있다.
가령 일 때문에 본가에서 따로 나와 직장 근처에 집을 얻었는데 이런 사유를 상세히 말하지 않고 “본가에는 잘 안가요” “본가는 00인데 다른 곳에서 그냥 좀 잡니다”와 같은 불성실한 답변이 그 예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며 예민해지고 또한 자세한 일상을 말하면 흠이 잡힐까봐 주거지 질문을 가볍게 넘기는 것인데, 오히려 수사기관에 상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추후 구속영장 청구서에 “주거가 불분명하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 수사기록에는 등록된 주거지에 들어오는 빈도까지 CCTV 분석결과로 첨부된 경우가 많다.)

2. 명백한 잘못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을 하라


정말로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끝까지 부인을 하고 방어권 행사를 해야겠지만, 명백한 잘못이 있음에도 부인으로 일관하는 것은 추후 공판까지 고려하더라도 어리석은 대응이다. 비합리적인 부인은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볼 사유가 되고, 추후 형사공판의 양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역시 의뢰인과 첫 접견을 할 때 의뢰인의 말을 냉정하게 판단해서 방어권 보장을 위한 불구속 재판을 호소할지, 깨끗하게 죄를 인정하되 피해 회복 방안 모색을 위해 불구속 재판을 호소할지 빨리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3. 잘못을 인정할 때 필요하다면 관련 증거를 자발적으로 ‘임의제출’하라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형사소송법 제70조는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도 구속사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을 때 증거물에 대한 공방이 생길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관련 물품을 자발적으로 ‘임의제출’하는 것은 외관상 ‘증거인멸의 염려’를 사실상 없애는 ‘신의 한수’가 될 수 있다. 실제 최근 영장실질심사에 임하면서 의뢰인이 휴대전화와 PC를 임의제출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증거인멸의 염려도 없는데 구속영장 청구는 부당하다”고 변론한 사례가 있는데, 이후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기분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다. 

다만, 억울한 혐의와 실제 인정해야 할 혐의가 뒤섞여 있을 때 자칫 임의제출한 물품에서 더 큰 오해와 혐의에 대한 예단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발견되면 ‘최악의 한수’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사건의 혐의점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을 해야만 할 것이다.

4. 증거나 증인으로 해명이 가능한 경우엔 상세히 진술해 조서에 남겨놔라

피의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건에서도, 추후 수사기관의 수사기록을 보면 그런 피의자의 주장이 변명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보고서와 기타 자료들이 매우 상세히 편철되어 있다. 필자의 경험상 수사기관은 절대로 허술하지 않다. 심지어 구속영장 청구가 무리라고 생각되는 사건에서도 그만큼 수사기관이 의욕을 불태우기 때문에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피의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많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건에서 만약 사전에 진술을 할 때 소극적인 부인 내지 감정적인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절대로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없다. 수사기관의 논리적인 공격에 대해 감정적인 변명을 하는 것으로만 치부되어 구속영장 발부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만약 수사기관이 무리하게 수사를 하고 억울한 혐의를 자꾸 추궁한다면 감정적으로 응대하지 말고, 어떤 이유로 그러한 혐의가 사실이 아니고, 추후 수사 및 형사공판 과정에서 어떤 증거, 어떤 증인을 통해 어떻게 해명이 가능한지 매우 상세히 진술해야만 한다. 자칫 이런 기재가 조서에 없으면 구속영장청구가 조속히 이루어졌을 때 현실적으로 영장실질심사 때까지 이를 적극적으로 입수하여 다투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5. 면회 온 가족들에게 즉각적으로 상황을 알려라

영장실질심사 이후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변호인 선임을 하면 이미 막대한 제약이 생긴다. 당장 변호인이 접견을 할 때에도 매번 구치소 등 구금시설로 가야하며, 사실관계를 가장 잘 아는 당사자가 구금되어 있기 때문에 증거의 입수, 증인의 접촉 자체가 현저히 제약되어 버린다. 

따라서 가장 좋은 것은 수사를 받기 전에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이다. 의뢰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사실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그 심각성을 조언할 수 있고 사전에 구속영장의 발부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사전에 변호인 선임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적어도 영장실질심사 이전에 가족들에게 최대한 현재 상황을 알려 변호인 선임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그래야 영장실질심사에 성의있게 임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구속적부심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와 방법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말로 나쁜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이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염려가 있다면 마땅히 구속상태로 재판 및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현실에서는 의외로 억울한 사정이 있음에도 구속이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애초부터 수사기관과 피해자 개인이 지닌 ‘힘’의 차이 때문이다. 

현실에서 구속과 불구속 재판은 방어권 보장에 있어 진정 하늘과 땅 차이다. 만약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 억울한 사정이 있는 분이라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위 사항을 유념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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