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개입' 판사들 탄핵 검토하라는 판사들…사상 최초

(종합) 법관회의, 판사 탄핵소추 검토 촉구…법원 내부 갈등 심화 우려도

김태은 기자, 안채원 인턴기자 2018.11.19 17:36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재판거래’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법관의 탄핵 소추를 판사들이 선제적으로 국회에 촉구하는 방안을 논의한다.2018.11.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대표회의)가 '재판개입'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에 대해 징계절차 외에도 탄핵소추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판사들이 현직 판사들에 대해 사실상 탄핵 촉구를 결의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헌법으로 신분이 보장되는 판사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탄핵당하지 않는 한 파면되지 않는다.

법관회의은 19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2차 정기회의를 열고 재판개입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과 관련,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당초 국회를 상대로 탄핵소추를 촉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격론 끝에 탄핵소추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표현으로 정리됐다. 

앞서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6명은 지난 12일 법관 탄핵 문제를 법관회의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형사법상 유무죄 성립 여부를 떠나 재판개입이 위헌적 행위였다는 점을 국민에게 스스로 고백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날 결의안은 이를 원안으로 삼아 수정된 안이다.

당초 탄핵소추 대상으로 거론된 현직 판사는 권순일 대법관과 이규진·이민걸·김민수·박상언·정다주 판사 등이었다. 그러나 법관회의는 탄핵소추 검토의 구체적인 대상과 범위는 밝히지 않았다. 법관회의 관계자는 "탄핵소추의 주체는 국회이고 그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관들이) 구체적인 소추 대상을 말하는 것 자체가 권력 분립에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결의안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법관회의는 의결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건의나 제안만 가능하다. 법관회의는 20일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이날 가결된 결의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 문제에 대해서 법원 내에서 찬반 의견이 크게 갈리는 상황에서 이날 결의안 채택이 조직 갈등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도 결의안 채택을 둘러싸고 반대를 주장하는 판사 대표들이 상당수 발언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 105명이 참여한 투표 결과, 결의안 채택의 찬성표가 반대표를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현직 판사들까지 재판개입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의 탄핵소추를 사실상 촉구하고 나서면서 국회 내 탄핵소추안 발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이상이 동의하면 발의가 가능하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대다수 의원은 탄핵소추안 발의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이들의 의석은 각각 129석과 5석으로 소추안 발의 요건은 충분히 넘는다. 다만 발의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려면 국회 재적 의원의 과반수가 동의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대체로 법관 탄핵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바른미래당(30석)과 민주평화당(14석)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은 특별재판부 도입은 찬성하지만 법관 탄핵에는 유보적 입장이어서 실제 법관 탄핵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만약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다면 헌재가 곧바로 탄핵심판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대통령 탄핵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하면 파면이 최종 결정된다. 

여당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관심이 한풀 꺾인 상태여서 국회가 법관 탄핵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미지수"라며 "여당 일각에서도 수사로 밝혀진 판사들 스스로 옷을 벗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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