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조세

[친절한 판례氏] '금리 13%'에 주주한테서 돈 빌린 회사

대법 "장기 변제기간 차입시 고이율 유지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가 관건"

황국상 기자 2018.11.20 05:05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법인세법에는 '부당행위 계산 부인' 규정이 있다.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빙자해 조세 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과세 당국이 해당 거래를 취소하고 다른 방법으로 거래가 이뤄졌다고 간주하고 세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주에게 높은 이율로 장기간 돈을 빌리고 이에 대한 이자를 낸 것을 부당행위로 보고 과세당국이 다른 방법으로 과세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례(2018년 10월25일 선고, 2016두39573)가 있어 소개한다.

A사는 1996년 2월 수도권 소재 한 터널을 건설·관리·운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였다. 1999년 11월 A사의 지분 전부와 영업권은 군인공제회로 넘어갔다. A사는 군인공제회가 지분을 모두 넘겨 받은 직후인 1999년 12월에 군인공제회와 △만기 18년 △차입금 500억원 △차입금리 연 13.06% △연체금리 연 25% 등 조건으로 차입 계약을 맺었다.

과세당국은 2011년 7월 A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후 특수관계자인 군인공제회로부터 시가보다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린 '부당행위 계산 부인'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또 2009~2011년 A사가 군인공제회에 지급한 이자(연 13% 금리)와 당해 연도 평균 당좌대출이자율(6.9~8.5%)로 산정한 이자와의 차액을 '손금불산입'(절세 가능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조치)했다. 이같은 당국의 부당행위 계산 부인 조치로 인해 A사가 추가로 물어야 할 세금은 15억원에 달했다.

A사는 "이 사건 차입금 약정 당시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신청과 이에 따른 금융기관 구조조정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시장 금리가 높았다. 다른 민자사업 시행자의 차입금리도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이 사건 이자율 13.06%는 적정하고 당국이 주장하는 당좌대출 이자율은 이같은 위험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과세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으나 2심은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차입기간 시중금리나 당좌대출이자율이 대체로 하락하고 있었다. 시중금리가 장기간 저금리로 형성됐을 때 원고가 다른 금융업자로부터 저리로 자금을 빌려 원금을 변제하거나 이를 근거로 군인공제회를 상대로 금리를 낮추는 게 어려웠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이 사건 차입금 이자율은 시가인 당좌대출 이자율보다 높아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춰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봤다. 과세당국이 A사-군인공제회 사이의 차입금 계약과 이에 근거한 이자지급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 적절하다는 얘기다.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을 받아들여 원고패소 판결을 확정지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차입처럼 변제 기간이 장기간인 경우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초로 금전을 차용한 당시 뿐 아니라 그 이후 이자를 지급할 당시를 기준으로 부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이 사건 차입 약정기간 시중금리나 당좌대출이자율이 하락하고 있었던 점, 원고의 조기상환을 금지하는 어떤 제한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봤다.

◇관련규정

법인세법
제52조(부당행위계산의 부인) ①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 또는 관할지방국세청장은 내국법인의 행위 또는 소득금액의 계산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관계인(이하 "특수관계인"이라 한다)과의 거래로 인하여 그 법인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법인의 행위 또는 소득금액의 계산(이하 "부당행위계산"이라 한다)에 관계없이 그 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있다.
② 제1항을 적용할 때에는 건전한 사회 통념 및 상거래 관행과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가격(요율ㆍ이자율ㆍ임대료 및 교환 비율과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을 포함하며, 이하 이 조에서 "시가"라 한다)을 기준으로 한다.
③ 내국법인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각 사업연도에 특수관계인과 거래한 내용이 적힌 명세서를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을 적용할 때 부당행위계산의 유형 및 시가의 산정(算定)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부당행위계산의 유형 등) 
①법 제52조제1항에서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1.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매입 또는 현물출자받았거나 그 자산을 과대상각한 경우
2. 무수익 자산을 매입 또는 현물출자받았거나 그 자산에 대한 비용을 부담한 경우
3. 자산을 무상 또는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도 또는 현물출자한 경우. 다만, 제19조제19호의2 각 목 외의 부분에 해당하는 주식매수선택권등의 행사 또는 지급에 따라 주식을 양도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3의2. 특수관계인인 법인 간 합병(분할합병을 포함한다)ㆍ분할에 있어서 불공정한 비율로 합병ㆍ분할하여 합병ㆍ분할에 따른 양도손익을 감소시킨 경우. 다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5조의4에 따라 합병(분할합병을 포함한다)ㆍ분할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4. 불량자산을 차환하거나 불량채권을 양수한 경우
5. 출연금을 대신 부담한 경우
6. 금전, 그 밖의 자산 또는 용역을 무상 또는 시가보다 낮은 이율ㆍ요율이나 임대료로 대부하거나 제공한 경우.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가. 제19조제19호의2 각 목 외의 부분에 해당하는 주식매수선택권등의 행사 또는 지급에 따라 금전을 제공하는 경우
 나. 주주등이나 출연자가 아닌 임원(소액주주등인 임원을 포함한다) 및 사용인에게 사택(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임차사택을 포함한다)을 제공하는 경우
7. 금전, 그 밖의 자산 또는 용역을 시가보다 높은 이율ㆍ요율이나 임차료로 차용하거나 제공받은 경우
7의2.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파생상품에 근거한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거나 그 행사기간을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익을 분여하는 경우
8.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본거래로 인하여 주주등인 법인이 특수관계인인 다른 주주등에게 이익을 분여한 경우
 가. 특수관계인인 법인간의 합병(분할합병을 포함한다)에 있어서 주식등을 시가보다 높거나 낮게 평가하여 불공정한 비율로 합병한 경우. 다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5조의4에 따라 합병(분할합병을 포함한다)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나. 법인의 자본(출자액을 포함한다)을 증가시키는 거래에 있어서 신주(전환사채ㆍ신주인수권부사채 또는 교환사채 등을 포함한다. 이하 이 목에서 같다)를 배정ㆍ인수받을 수 있는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포기(그 포기한 신주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9조제7항에 따른 모집방법으로 배정되는 경우를 제외한다)하거나 신주를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인수하는 경우
 다. 법인의 감자에 있어서 주주등의 소유주식등의 비율에 의하지 아니하고 일부 주주등의 주식등을 소각하는 경우
8의2. 제8호 외의 경우로서 증자ㆍ감자, 합병(분할합병을 포함한다)ㆍ분할,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0조제1항에 따른 전환사채등에 의한 주식의 전환ㆍ인수ㆍ교환 등 법인의 자본(출자액을 포함한다)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거래를 통하여 법인의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 다만, 제19조제19호의2 각 목 외의 부분에 해당하는 주식매수선택권등 중 주식매수선택권의 행사에 따라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9. 그 밖에 제1호 내지 제7호, 제7호의2, 제8호 및 제8호의2에 준하는 행위 또는 계산 및 그 외에 법인의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시가의 범위 등)
③시행령 제88조제1항제6호 및 제7호에 따른 금전의 대여 또는 차용의 경우에는 제1항 및 제2항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이하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이라 한다)을 시가로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해당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당좌대출이자율(이하 "당좌대출이자율"이라 한다)을 시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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