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KT 통신두절로 입은 손해, 배상받을 수 있나요

통신장애 장시간 지속돼 자영업자 영업손실 입증 가능성 커…소비자가 패소한 2014년 SKT 통신장애 때와는 다를 수도

유동주 기자 2018.11.26 17:33
오성목 KT 사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사건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8.11.26/사진=뉴스1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대원 등이 2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18.11.26/사진=뉴스1

지난 24일 발생한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에 따른 통신두절로 금전적 피해를 입은 고객들은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까? 전례없이 장시간 통신장애가 이어지면서 소상공인 등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영업상 손해를 입은 터다.

KT 약관상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하지 못하면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은 시간당 요금의 6배를 기준으로 고객의 청구에 의해 손해를 배상하게 돼 있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 출석한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1개월치 통신요금을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통신장애가 최대 사흘간 이어졌음을 비춰볼 때 이는 약관상 보상액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약관대로라면 통신장애가 발생한 3일의 6배인 최대 18일치 요금을 면제해주면 된다. 그러나 KT가 사안의 심각성과 여파를 고려해 약관상 기준을 넘어 배상키로 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영업상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되는 약 20만명의 자영업자들의 관심은 이용료 면제가 아니다. 실질적 영업손실 등을 배상해 줄지 여부다. 이에 대해 국회 과방위 위원들이 추궁하자 오 사장은 "소상공인 피해보상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만 답했다. 

만약 KT가 내놓은 보상안에 대해 소상공인들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대규모 소송전에 돌입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번 사건이 통신장애로 인한 영업손실을 인정해 주는 국내 첫번째 사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애가 명백히 측정될 수 있을 정도로 장시간 지속됐고, 피해액 산출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적인 사례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SK텔레콤 통신망 장애 사고 당시와는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시 약 3~5시간 가량 발생한 장애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정신적·재산적 손해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kt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이용약관 중 손해배상 관련 조항


이를 뒤집어 보면 정신적·재산적 손해가 충분히 입증된다면 배상받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정신적 손해는 측정이 어렵지만 이번 장애는 며칠간 계속됐기 때문에 재산 손해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입법발전소)는 "통신 장애 시간을 개별적으로 확인이 가능하고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전년도 또는 지난달 동일 기간 동안의 매출 등을 근거로 영업손실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 매출로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산정할 수 있는 단순 영업손실이 아닌 '특별한 손해'에 대해선 배상이 어렵다. 예를 들어 중요한 사업상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거나 긴급한 119전화를 걸지 못해 사망자가 발생했더라도 이는 예측할 수 없는 특별 손해로 법리상 인정을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또 화재로 인한 장애발생과 복구에 있어 KT의 과실 책임이 어느 정도 인정되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현재까진 KT가 대외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규모 소송에 직면한다면 과실 책임의 정도가 중요한 잣대가 된다. 이 경우 KT가 화재사고를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피해자들이 집단적으로 KT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엄밀한 의미의 '집단소송'(Class Action)은 아니기 때문에 승소할 경우 소송에 참여한 사람만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이소연 변호사(리인터내셔날 특허법률사무소)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라도 판결 결과에 따라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집단소송제"이라며 "그러나 집단소송은 2005년 증권 분야에만 한정돼 도입됐기 때문에 통신 분야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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