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변호사' 김주영 "세상을 바꾸고 싶었죠"

[피플] 증권집단소송 전문 김주영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11.28 05:00

15일 오후 법무법인 한누리 김주영 대표변호사 인터뷰
“정치를 하려면 법대에 가라는 말을 듣고 세상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에 법대를 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운동권 친구들을 만나니 너무 다들 똑똑해서 이 길이 아니다 싶었죠.”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 변호사(53·사법연수원 18기·사진)의 얘기다.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도 판·검사의 길을 버리고 로펌행을 택했다. 당시로선 이례적인 일이지만,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그에겐 당연한 선택이었다.

“논리적으로 사건을 풀어나갈 때 즐겁죠.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소송 업무는 매력적입니다. 의뢰인들을 대변해 소송하는 과정에 사회가 많이 바뀌고 어떤 분야가 깨끗해지는 것을 보면 보람도 크고요.”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 집단소송을 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이가 김 변호사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개미들의 변호사’다. 우리나라 최초로 개인들을 대리해 증권 집단소송에서 승소했다. 2009년 8월 외국계 도이치뱅크가 주가연계증권(ELS) 만기일인 2009년 8월 장 종료 시점에 기초자산인 주식을 낮은 가격에 대량 매도, 종가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약 25%의 손실을 입었다.


“헤지를 가장한 시세조종 사건이었죠. 금융공학자들을 동원해 굉장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판사는 금융 전문가가 아니니까 최대한 상식적으로 변론했죠.”


어려운 사건이었지만 승부를 걸어 볼 만하다고 생각해 도전했다.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착수금도 받지 않고 사건을 맡아 지난해 확정 판결까지 7년 동안 사건에 매달렸다. 그 결과 수많은 개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었다. 전체 배상 규모는 120억원에 달했다. 집단소송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에까지 판결의 효력이 미친다.


“주식 거래를 하면서 거액의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합니다. 법학을 하는 사람들은 사람의 불완전성을 항상 염두에 두지만 경제학자들은 합리적인 인간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법학이 훨씬 더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김 변호사는 서울 강남구 소재 장애어린이학교인 밀알학교 건립에도 힘을 보탰다. 로펌 봉사 활동하다 인연을 맺은 밀알학교 측을 대리했는데, 당시 인근 주민들은 학교 건립에 반대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법원에 ‘공사 방해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공사를 하지 말라는 의미의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은 많지만 ‘공사 방해 중지 가처분’은 당시로선 이례적이었다.


결국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졌고 법정 투쟁 끝에 밀알학교 측이 승리했다. 이는 주민들의 반대로 건설되지 못하던 수많은 장애인 관련 등 복지시설 건립의 계기가 됐다.


“법원에서 학교를 세우라는 판결이 나오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았죠. 반대하던 주민들도 하나둘씩 사라졌습니다. 밀알학교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좋은 모델이 됐죠.”


26년 한우물만 파온 김 변호사는 지난 9월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추천을 받아 3명으로 압축하는 단계까지 올랐지만 고배를 마셨다. 김 변호사는 그 자체로도 영광이라고 했다.


“지금까진 앞장서 리어카를 끌었다면 이제는 후배 변호사들을 위해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법률가로서 가이드가 필요한 분야가 많은데, 비영리 단체와 관련한 책을 써볼까 생각중입니다. 그래야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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