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회장 선거 무산된다고? 변호사들 믿는다"

대한변협 협회장 출사표 던진 이찬희 전 서울변회 회장…"변호사 일자리 창출 힘쓸 것"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12.13 10:20

이찬희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사진=김창현 기자

“제 사주가 누구나 찾아와 그늘에서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나무'래요. 주변에 사람이 끊이지 않는 건 타고 났죠.”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협회장 단독후보(53·사법연수원 30기·사진)의 주위에는 항상 사람들이 넘쳐난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던 중에도 한 초로의 변호사가 약속 없이 찾아와 만날 것을 청했다. 


초등학교 시절 변호사 출신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전기를 읽고 변호사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단다. 그 꿈을 이룬 것도 모자라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에 오르더니 이젠 전국 변호사를 대표하는 변협 협회장이 되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이를 위해 임기가 내년 1월까지인 서울변회장에서 조기 사퇴했다. 


◇수기메모 허용·영장심사 결과 통보 '성과'


서울변회는 다른 지방 변호사회와 다르다. 우리나라 전체 변호사의 약 75%가 서울에 몰려있다. 서울변회장이 '변협 협회장 코스'로 불리는 이유다.

 

서울변회장을 지내면서 이 후보자가 집중한 분야는 변호사들의 복지와 인권 보호였다. 피의자가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 입회 시 수기 메모를 허용하게 하고,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 결과를 사건을 맡은 변호인에게 즉시 통보해 주도록 한 게 대표적인 성과다. 그 전까진 의뢰인의 구속 여부가 결정됐는지 변호사가 직접 밤 늦게까지 전화를 돌려 알아봐야 했다. 


서울변회 차원에선 전자결제 시스템 등을 도입하고 사무국을 개편했다. 변호사 회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용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고 서초역 부근 서울변회 회관을 리모델링해 상당한 공간을 회원들에게 돌려줬다.


이찬희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사진=김창현 기자


◇"변호사 일자리 창출 힘쓸 것…해외 진출도 적극 지원"

이 후보자는 대한변협 협회장이 된다면 변호사들의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준법감시인·법무담당관 등의 제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 관련 기관와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국제 협력에도 힘을 쓸 생각이다. 변호사들의 기업 자문 등 업무에서 해외 법조인들과 인적 네트워크가 확보되면 사건 처리에 시간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다. 해외 협력이 강화되면 젊은 변호사들의 해외 취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제기구 등에 판·검사들이 파견가 있는 곳이 많은데 변호사들이 파견된다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젊은 변호사들의 해외로펌·국제기구 취업도 조직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변호사 업계의 경쟁심화로 대형 로펌들이 과거엔 관여하지 않았던 상대적으로 작은 사건들까지 맡으면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된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대형로펌에 다른 먹거리를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규제를 늘리기 보다는 지금은 금지돼 있는 회계·노무법인 등과 동업을 허용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직역 수호'에도 집중하겠다고 했다. 최근 변리사·노무사·세무사 등 유사 직역에서 재판을 대리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그는 "예전 변호사의 절대적 숫자가 적을 때 보완재로 유사 직역을 늘려줬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면서 "변호사 숫자가 많아진 지금은 원래대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들 모래알 아니다"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 이 후보자는 “사회적 갈등의 최종적 심판권을 사법부에 준 것은 국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가능한 것"이라며 "지금은 사법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화염병을 투척한 사건도 "‘재판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기에 전보다 과격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법원 내부적으로 갈등이 많을 텐데 밖에서는 정말로 법원이 변화하고 있다고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내부 주도권 싸움으로 비치죠. 변호사의 역할은 사법부가 흔들릴 때 잡아주고 그 신뢰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그는 이번 변협 협회장 선거에 단독으로 출마한 상태다. 당선이 쉬워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다른 후보가 있다면 '전체 유효 투표수'의 3분의 1 이상 득표라는 조건만 채우면 1등일 경우 협회장이 되지만, 단독 출마 땐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로부터 찬성 표를 받아야 당선된다. 


이번 전체 선거권자는 2만1000여명 수준으로 7000여명의 변호사들로부터 득표해야만 당선될 수 있다. 만약 표가 부족해 선거가 무산되면 2개월마다 재선거를 치른다. 당선이 될 때까지 김현 협회장 등 현 집행부가 계속 변협을 이끈다.


이 후보자는 “변협 선거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변호사들이 결코 모래알처럼 단결력이 없거나 선거에 무관심하지 않다”며 “힘있는 변협을 만들기 위해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변현 선거일은 내년 1월21일이다. 


◇이찬희 변협 회장 후보자 프로필 
△충북 천안(1965년) △용문고 △연세대 법학과 △연세대 법무대학원 졸업(법학 박사) △제40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제30기) △서울지방변호사회 재무이사 △대한변호사협회 재무이사·사무총장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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