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고손실 혐의는 위헌"…위헌법률심판 신청

"국고손실죄 주체 될 수 있는 '회계관계직원' 정의 추상적…명확성·죄형법정주의 원칙 위반" 주장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8.12.10 15:50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재판부(정계선 부장판사)는 다스 횡령과 뇌물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을 선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0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뉴스1 DB) 2018.10.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받아 국고를 손실했다는 혐의의 근거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헌법재판소가 해당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할 경우 이 전 대통령의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 법원의 유·무죄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지난 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국고손실죄 조항 제5조 및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카목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는 의견서를 서울고법 형사1부(김인겸 부장판사)에 제출했다고 10일 밝혔다.

특가법 제5조는 '회계직원책임법에 규정된 사람'이 국고 등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횡령죄를 범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특정한 신분을 가진 사람만 해당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회계직원책임법은 제2조 1항의 카목에서 회계관계직원의 정의에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 역시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6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해당 조항을 근거로 국고손실죄 유죄 판단을 받았다. 특활비를 준 국정원장은 회계직원책임법상의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특가법상 국고손실죄의 적용을 받는 신분에 해당하고, 이를 지시한 공범인 이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로 회계관계직원의 신분을 갖게 돼 국고손실죄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그러나 이런 논리를 가능케 한 법률 조항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회계관계직원'의 의미가 지나치게 넓고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어 어떠한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는 당사자를 일반 국민이 예상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변호인단은 의견서에서 "입법 목적에 비춰 회계직원책임법의 '회계관계직원'은 금전 출납 업무를 하는 실무자로 좁게 해석해야 한다"며 "신분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해 해석하는 것은 헌법상 확장해석·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또 "횡령죄의 경우 형법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으로 액수에 따라 충분히 가중처벌 할 수 있음에도 불명확한 회계직원책임법 조항에 따라 형을 가중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아울러 회계직원책임법 제8조에 "위법한 회계관계행위를 지시 또는 요구한 상급자의 책임"을 회계관계직원과 연대해 변상하도록 법에 따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회계관계직원의 상급자'는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의 회계관계직원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그 동안 해당 조항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이미 있지만 이는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되지 않는 행정소송상의 판례인 만큼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엄격히 판단되어야 하는 형사소송에 해당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그대로 차용해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국고손실죄 관련 조항의 위헌성이 인정된다면 혐의의 상당 부분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법원에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측이 제출한 의견서를 검토한 후 위헌법률심판제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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