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일반

[친절한 판례氏] 환경오염, 귀책사유 없으면 배상책임 없다?

대법 "환경오염 피해, 귀책사유 불문 배상의무… 영업중단 손실에 고정비 지출까지 배상액에 포함"

황국상 기자 2018.12.11 05:05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남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당연히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 그러나 때론 의도하지 않았지만 예측하지 못한 사건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내 사업장에서 생긴 환경 오염의 결과로 다른 사람의 영업이 중단돼 손실이 발생했다면 내게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까? 그렇다면 그 범위는 얼마나 배상해야 할까? 

방사능 오염 고철을 여러 손을 거쳐 취득한 사람이 문제가 된 고철을 발생시킨 사업장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데 대한 대법원 판결(2018년 9월13일 선고, 2016다35802)이 있다.

고철을 모아 제철사에 공급하는 사업을 운영하던 A사는 2014년 3월 B사로부터 받은 고철 45톤 가량을 고객사에 납품하려던 중 해당 고철 중 약 5톤이 방사능에 오염된 사실을 발견했다. B사는 C사의 사업장에서 고철을 주워모아 A사에 공급해왔는데 문제가 된 '방사능 고철'도 C사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A사는 B,C사를 상대로 방사능 오염 고철을 공급한 데 대한 책임을 지라며 소송을 냈다. A사는 △고객사에 고철을 납품하지 못함으로서 발생한 20일간의 영업손실 △방사능 오염 고철을 싣고 있던 차량 2대의 미사용 손실 △고철 공급업을 계속하지 못한 기간 동안의 고정비 지출 등을 더해 9500만원의 손해를 B,C사가 함께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사는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에 따른 어떠한 주의의무도 부담하지 않고, 방사능 오염에 관한 일반적 주의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 방사능 오염 고철의 발생·유통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원심은 C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사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심 재판부는 "방사능 오염 고철을 발생시킨 갑이 그 사실을 모르는 을에게 고철을 매도하고, 을이 다시 병에게 고철을 매도해 병이 방사능 오염 피해를 입은 경우 병이 을을 상대로, 을이 다시 갑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상정할 수 있다"면서도 "이는 방사능 오염 가해자(C사)를 빼놓고 방사능 오염 피해자들(A,B사) 사이에 소송을 강요하는 결과가 돼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전득자(거래 대상물을 여러 손을 거쳐 취득한 자)에 대한 방사능 오염 원인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게 될 경우 손해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손해배상 책임의 성립 여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손해배상 범위에 대한 것으로 환경정책기본법의 배상책임의 성질과 통상·특별손해의 법리에 따라 해결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C사가 A사에 차량 미사용 손실, 중단 영업손실, 해당 기간의 고정비 손실 등에 대해 배상하되 배상 책임을 50%만 인정했다. 다만 C사에서 고철을 제공받아 A사에 공급한 후, 문제가 발생하자 반품된 고철에 상응하는 대금을 A사에 반납한 B사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을 인용, A사와 C사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환경정책기본법은 '오염 원인자 책임원칙'과 '환경오염 피해에 대한 무과실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며 "환경정책기본법 규정은 민법의 불법행위 규정에 대한 특별규정으로서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피해자가 그 원인을 발생시킨 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라고 판시했다.

또 "사업활동 중 고철을 방사능에 오염시킨 자는 원인자로서 오염된 환경을 회복·복원할 책임을 진다.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염된 고철을 타인에게 매도하는 등으로 유통시켜서 거래 상대방이나 전득자에게 피해를 입히게 되면 그 원인자는 방사능 오염 사실을 모르고 유통시켰더라도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라 피해자에게 피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C사가 물어야 할 손해배상 범위에 대해서도 "불법행위로 영업을 중단한 자가 영업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영업을 중단하지 않았으면 얻었을 순이익과 이와 별도로 영업 중단과 상관없이 불가피하게 지출해야 하는 비용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며 "이같은 순이익과 비용을 배상하도록 하는 것은 이중배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관련조항
환경정책기본법
제3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환경"이란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을 말한다.
2. "자연환경"이란 지하ㆍ지표(해양을 포함한다) 및 지상의 모든 생물과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비생물적인 것을 포함한 자연의 상태(생태계 및 자연경관을 포함한다)를 말한다.
3. "생활환경"이란 대기, 물, 토양, 폐기물, 소음ㆍ진동, 악취, 일조(일조), 인공조명 등 사람의 일상생활과 관계되는 환경을 말한다.
4. "환경오염"이란 사업활동 및 그 밖의 사람의 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해양오염, 방사능오염, 소음ㆍ진동, 악취, 일조 방해,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등으로서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를 말한다.
5. "환경훼손"이란 야생동식물의 남획(남획) 및 그 서식지의 파괴, 생태계질서의 교란, 자연경관의 훼손, 표토(표토)의 유실 등으로 자연환경의 본래적 기능에 중대한 손상을 주는 상태를 말한다.
6. "환경보전"이란 환경오염 및 환경훼손으로부터 환경을 보호하고 오염되거나 훼손된 환경을 개선함과 동시에 쾌적한 환경 상태를 유지ㆍ조성하기 위한 행위를 말한다.
7. "환경용량"이란 일정한 지역에서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에 대하여 환경이 스스로 수용, 정화 및 복원하여 환경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를 말한다.
8. "환경기준"이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국가가 달성하고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환경상의 조건 또는 질적인 수준을 말한다.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환경오염의 피해에 대한 무과실책임)
①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원인자가 그 피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②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원인자가 둘 이상인 경우에 어느 원인자에 의하여 제1항에 따른 피해가 발생한 것인지를 알 수 없을 때에는 각 원인자가 연대하여 배상하여야 한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민법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①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법원은 전항의 손해배상을 정기금채무로 지급할 것을 명할 수 있고 그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상당한 담보의 제공을 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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