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집 사려다 변심…가계약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

[the L 법률상담]法, 가계약금 지급 후 본계약 체결 포기했으면 가계약금 반환 못 받아

박윤정 (변호사) 기자 2018.12.21 10:51

가계약금 지급 후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본계약 체결을 거부했다면 매수인은 매도인을 상대로 가계약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최근 본계약 체결을 포기한 매수인이 매도인을 상대로 가계약금의 반환을 청구한 소송에서 매수인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대구지법 서부지원 2018. 12. 11. 선고 2018가소21928 판결).

A씨(매수인)는 부동산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B씨(매도인)로부터 매매대금 2억7000만원, 잔금지급일 2018년 10월 중순, 계약금은 매매대금의 10%, 가계약금은 300만원이라는 제안을 받고 2018년 4월27일 B씨에게 가계약금 명분으로 30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그런데 이내 해당 부동산을 구입할 마음이 없어진 A씨는 B씨에게 30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보관금반환청구 소’를 제기했습니다. 

“매매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여유를 1달 정도 달라는 뜻에서 B씨에게 가계약금조로 300만원을 보냈는데 개인 사정으로 매매계약의 체결을 포기했으므로 B씨는 나에게 위 300만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거래관행에 가계약 내지 가계약금의 지급이라는 형태의 법률행위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지만, 법률상의 의미와 구속력의 정도에 관해 정립된 법리가 없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가계약도 계약의 일종이고, 계약금에 비춰 소액이라도 가계약금의 수수까지 이루어지는 만큼 뭔가 구속력이 있겠지만, 임시의 계약이다 보니 본계약보다는 약한 구속력을 가진, 약간은 불분명한 무엇일 수밖에 없다"며 "당사자들이 가계약에 이른 경위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가계약의 체결은 본계약의 중요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한 후에 이뤄지는데, 불행히도 대부분의 경우는 합의내용에 대한 별도의 서면을 작성하지 않은 채 ‘빠른 시일 내에 본계약의 체결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본계약 체결 이전에 가계약을 체결하는데, 가계약금을 수수함으로써 본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어느 정도 부담한다’는 정도의 인식을 공유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거래의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그에 따라 재판부는 우리 사회에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가계약금은 “매수인에게 다른 사람에 우선하여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우선적 선택권을 부여하고 매도인은 이를 수인하는데 본질적인 의미가 있으므로 가계약제도는 매도인보다 매수인을 위한 장치”라고 봤습니다. 

따라서 “본계약을 체결할지 여부를 결정할 기간은 비교적 단기간으로 정해지고 매수인은 그 기간 내에 본계약의 체결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는데, 매도인은 매수인의 본계약 체결요구에 구속되므로 매도인은 매수인의 매매계약 체결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매수인은 일방적인 매매계약 체결요구권을 가지는 대신 매수인이 매매계약의 체결을 포기하는 경우 매수인은 가계약금의 반환 역시 포기해야 하는데 이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일방적인 계약체결 요구권을 부여함으로써 부담하는 법률적인 지위의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매도인이 매매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더라도 매수인은 매매계약 체결권을 일방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 매수인의 의사에 따라 매매계약이 체결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서 "이때 정해진 계약금은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나서야 비로소 매매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가계약금 수수의 법적의미와 그 효과를 정리했습니다. 

그러므로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본계약 체결을 스스로 거부한 A씨는 가계약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달리 당사자 간에 본계약 체결이 되지 않을 경우 가계약금을 반환하기로 약정했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매수인 A씨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봐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위와 같은 가계약금 수수의 법률관계 해석은 “우리 사회에 일반화된 공감을 정리한 것이고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의사에 따라 다양한 내용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매수인 A씨는 계약금 법리가 적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관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재판부는 명목상 가계약금 수수라도 해약금 성질을 가진 계약금 법리가 적용되는 것으로 판단한 겁니다. 대신 문서화되지 않는 가계약금의 특성상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의사에 따라 반환청구 가능 여부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수수 과정에서 향후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가계약금의 처리 문제에 관해 당사자간에 별도로 합의한 내용이 있다면 이를 문자메시지 등의 증거자료로 남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 관련 규정

민법
제565조(해약금) 
① 매매의 당사자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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