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차에서 내리다 빙판에 '쿵'…보험금 받을 수 있을까?

[친절한 판례氏] 법원 "보험 약관상 '자기신체사고' 해당"

김종훈 기자 2018.12.25 05:05

꼭 운전대를 잡아야 사고가 나는 건 아니다. 자동차를 멈추고 운전대를 놓은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사고가 날 수 있다. 특히 여기저기 빙판길이 생기기 쉬운 겨울철이라면 사소한 낙상 사고가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자동차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차에서 내리던 운전자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장애를 입은 사건(2008다59834, 59841)에 대해 보험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다.

A씨는 2005년 12월 저녁 집앞에 차량을 세우고 하차하려다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우반신마비와 언어장애 등 심각한 장애를 입게 됐다. A씨의 가족들은 A씨가 차에서 내리던 도중 외투가 사이드브레이크에 걸려 넘어지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자동차 때문에 사고를 당한 것이니 보험사였던 현대해상이 보험약관에 따라 부상보험금과 후유장애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대해상은 A씨가 사이드브레이크에 걸려 넘어졌다면 보험 처리를 받을 수 있는 사고에 해당하지만 실제로 그랬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현대해상은 보험금 지급책임이 있는지 따져보겠다며 A씨 가족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A씨 가족은 보험금에 지연이자까지 지급하라며 맞소송으로 대응했다.

이 사건에서 1·2심은 현대해상이 부상보험금에 후유장애보험금까지 1억2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씨가 당한 사고는 A씨의 보험계약 약관 상 '자기신체사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험사의 보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봤다.

A씨의 보험계약을 보면 '보험사는 피보험자(A씨)가 피보험자 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해 죽거나 다친 때 그로 인한 손해를 보상한다'고 돼 있었다. 

1·2심 재판부는 "자동차를 하차하기에 부적당한 곳에 주차함으로써 하차를 하다가 차량 밖에 떨어져 다친 사고도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라며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하다가 그 자동차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는 차량을 일시 정차한 후 시동과 전조등이 켜진 상태에서 하차하던 중 무언가에 걸려 균형을 잃고 차 옆 경사지인 빙판길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이 사건 사고를 당했다"며 "자동차 주행의 직후단계인 정차 상태에서 문을 열고 하차하며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하던 도중 그 자동차로 인해 상해를 입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A씨가 사이드브레이크에 걸려 넘어진 것이 아니면 보험사고가 아니다'라는 현대해상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 사고가 보험사고인지 여부와 관련해 검토돼야 할 핵심은 A씨가 사이드브레이크에 걸려 넘어졌는지 여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A씨의 외투가 사이드브레이크에 걸리지 않았다 해도 A씨는 하차하던 중 차량과 비정상적인 접촉으로 말미암아 균형을 잃고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를 당한 것"이라며 "A씨의 사고는 A씨의 개인사정이 아니라 자동차 자체 또는 주위의 외부환경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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